새내기 순경 기호근씨 “2년만에 경찰시험 합격 외가댁 가는 길 신납니다”

계급장 달린 정복 차려 입고
양손엔 선물… 가벼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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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찰관으로 임명된 수원 서부경찰서 소속 기호근 순경이 수원역에서 외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들고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경찰시험에 합격한 덕분에 이번 추석에는 외가댁 가는 길이 신이 납니다”

 

12일 수원역에서 만난 기호근 순경(30·수원서부경찰서 고색파출소)에게 이번 추석은 그 어떤 때보다 감격스럽다. 기 순경은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 동안 경찰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올해 초 합격한 뒤 8개월간의 교육 끝에 지난 5일 순경으로 임관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만 하더라도 미래가 불투명한 ‘취준생’ 신분인 탓에 다 같이 모인 가족들에서 괜히 주눅이 들고 위축됐다”며 “하지만 이번 추석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으로서 떳떳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계급장이 달린 정복을 가지런하게 차려입은 기 순경은 추석을 앞두고 이날 기차를 타고 외가댁인 충남 보령으로 명절 인사를 가려던 길이다. 취업 준비란 핑계로 2년이 넘게 가지 못한 외가댁을 가는 기 순경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기 순경은 “2014년부터 준비한 경찰시험에 연속 3번을 내리 떨어졌다. 그때마다 좌절감에 울기도 무척 많이 울었다”며 그간 시험 준비에 겪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늘 속만 썩였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어떤 때보다 맞이하는 심정이 남다르다”며 “추석 당일에는 근무를 서야한다. 그전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정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손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인사드리러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외가댁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 기 순경은 처음 받은 추석 상여금으로 백화점에서 가족들에게 나눠 줄 명절선물을 샀다. 기 순경은 “늘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을 헤아릴 줄 아는 경찰이 되고 싶다”며 “취업난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도 다음 명절에는 나처럼 웃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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