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모니카 불며 이웃과 ‘문화 행복’ 나눠요~
화사한 오렌지색의 단복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실버한마음하모니카’ 회원들. 황선탁 회장을 비롯해 6명의 회원(고영식ㆍ이순이ㆍ정군자ㆍ신경순ㆍ박춘자)들은 한시간 여동안 신명나는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거동이 불편한 탓에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한 요양원 어르신들을 위해 경기문화재단이 생활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준비했다.
오렌지색 상의와 흰색 하의를 입은 4명의 여성 회원들과 중절모와 꽃무늬 남방으로 멋을 낸 2명의 남성 회원들이 미리 준비된 MR반주에 맞춰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그간의 연습량을 보여주듯 형광펜과 별표 등으로 빼곡하게 표시된 악보 앞에 선 회원들은 박자 하나라도 놓칠 세라 일제히 진중한 표정으로 연주에 임했다.
‘소양강처녀’ ‘봉선화연정’ ‘섬마을선생님’ ‘나그네설움’ ‘번지없는 주막’ 등 총 15곡의 트로트 메들리에 요양원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뼉만 치고, 입으로 흥얼거리기만 했던 어르신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란 곡이 나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덩실 거렸다.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미리 손발을 맞추기라도 한 듯, 노랫말에 따라 가벼운 율동을 버무리면서 연주에 흥을 더했다. 몇몇의 복지사와 어르신들은 두 손을 맞잡고 커플 댄스를 추기도 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이정희 어르신(75·여)은 “고등학교 때 하모니카를 배워서 그런지 저렇게 연주하기 위해 얼마나 연습했을지 공감이 가서 감명 깊었다”며 “그때 기억이 나기도 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감사를 전했고, 김기남 어르신(82ㆍ여) 역시“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할아버지들도 아는 노래가 나오자 같이 따라 불렀다. 여기까지 찾아와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중간 중간 같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박명호 요양원 대표는 “공연을 하나 보여드리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드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일반 동아리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문 연주자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복지사들에게도 활력소가 됐다. 복지사 최난용씨(46·여)는 “이런 공연의 장이 마련될 때마다 마음에 활기가 생긴다”면서 “지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사인 배영남씨(47·여)는 “오늘 연주단이 선택한 곡들 대부분이 흘러간 노래들이어서 호응이 더 컸다”며 “여건만 된다면 최소한 3개월에 한 번씩이라도 올 수는 없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기쁨을 선사한 실버한마음하모니카는 화성남부종합사회복지관 소속 7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하모니카 동아리다. 2009년 5월 황선탁 회장이 결정했다.
황 회장은 “퇴직 이후 음악이 좋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다”며 “하루 이틀 불다보니,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불면 어떨까 해서 동아리를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다닌 공연만도 450여회.
황 회장은 “우리 평균 나이가 75세다. 그런데도 아직 쌩쌩하다. 신나게 불고나면 화색이 돈다”며 웃었다.
평균 나이 75세를 자랑하는 고령 동아리지만,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는 일도 모두 회원 스스로 한다. 장비도 전문 연주자 못지 않다. 곡도 직접 편곡해 한 곡을 완곡한다.
무엇보다 공연과 봉사는 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관객들이 기쁨을 얻어가는 것처럼 단원들 역시 의미 있는 공연을 통해 보람과 열의를 느낀다.
“오늘같은 경우도 봐요. 노래 같이 하고, 얼마나 활력소가 됩니까. 그런 모습들 보면 절로 흥이 나요.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이라니까요.”
회원인 고영식씨(71)도 한마디 더 했다. “어르신들이 같이 소리를 내면서 노래를 부를 때 얼굴색이 변하는 걸 느낀다. 우리의 음악이 그들의 심신을 치료해주는 것 같다”며 “거기서 힘을 얻으면 신청곡도 받아 열심히 연습한 후에 다음 공연에서 연주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인 정군자씨(73·여)는 “우리가 공연할 때마다 기분이 붕붕 뜬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권오석ㆍ송시연기자
후 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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