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심이 부른 인천 지카 바이러스 공포

지카 바이러스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인천에서 지카 바이러스 환자 2명이 잇따라 발생,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브라질에서 귀국한 40대 남성이 첫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발생한 12·13번째 환자다. 2명 모두 필리핀을 다녀온 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한동안 주춤했던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건 우리의 공중보건행정이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내 환자 13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필리핀 5명·베트남 3명·태국 1명 등 대부분 동남아 지역이다. 특히 올 추석은 연휴 전날인 13일부터 18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이 역대 명절 중 최다인 97만명을 기록했다. 이중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방문한 사람도 상당수 있어 바이러스 잠복기 2주가 지나면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13일 필리핀에서 머물다 귀국한 L씨(28)의 혈액과 소변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L씨는 필리핀에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에 물린 걸로 추정된다. L씨는 귀국 후인 14~17일 발진이 나타나 인천 A병원에서 의심환자로 신고 됐고, 17일 확진 판정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필리핀을 방문 뒤 귀국한 J씨(34)의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역시 모기에 물린 걸로 추정되는 J씨도 귀국 후인 지난 9일부터 근육통 증상이 나타났고, 11일부터는 발진·발열 증상이 나타나 인천 B병원에서 검진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며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선포한 바 있다. 우리 보건 당국도 지카 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에 대해 여행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건 그동안 감염 확산 추세가 잠잠해지면서 방역 당국과 해외여행자가 방심한 탓이 크다. 물론 지카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모기에 물리거나 성관계·수혈 등으로 전파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다지만 아직 치료약이나 예방백신도 없어 방심해선 안 된다. 방역 당국은 우선 환자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공항·항만의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 잠시도 긴장을 풀지 말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전방위적 방역태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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