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속 서민 삶 옥죄는 세금·공공요금 인상

물가상승률이 몇 달째 0%에 머물고 있다. 이쯤 되면 물가 걱정이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생활물가와 세금, 공공요금이 슬금슬금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에 이달 들어 배춧값은 42.5%, 무는 26.5% 오르는 등 식재료 가격이 급등했고, 전기료 누진세 파동이 이어져 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이 많았던 8월, 5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가 24만 가구에 달했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8월 전기요금이 7월보다 50% 이상 더 나온 가구도 871만 가구로 집계됐다.

8월엔 주민세 인상 논란도 일었다. 경기도 대부분의 시·군에서 4천~5천원이던 주민세를 1만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주민세를 올리지 않으면 교부금을 깎겠다’는 정부의 압박이 한몫을 한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십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게 돼 별 반발 없이 주민세를 일제히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광역상수도 요금 인상이 발표돼 가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3일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각 지자체 등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요금을 1ℓ당 14.8원(4.8%) 인상한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10년간 물가가 27.5%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광역상수도 요금은 4.9% 인상돼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가구당 월평균 141원(4인 가족 기준) 인상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체감 인상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내년까지 현재 84%인 수돗물 생산 원가대비 실제 요금 비율(현실화율)을 평균 90%까지 올리도록 각 지자체에 촉구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광역상수도 요금이 오르면 물 사용이 많은 상업·산업시설이 비용 보전을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그 부담도 서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경기도의 경우 하반기에 기본 3천원인 택시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이달 요금인상 검토가 본격화될 전망으로 지난 7월 도 연구 용역결과 지금보다 택시요금을 8.79%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경기침체로 소득은 늘지 않는데 야금야금 오르는 세금과 공공요금이 서민 살림을 압박하면서 가계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생활물가 인상은 가뜩이나 여유 없는 서민 가계를 한층 더 어려움에 빠뜨리고 소비 위축을 촉진하게 된다. 물가 안정을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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