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대책위, 유 시장과 면담
인천상륙작전 승전에 가려진
피해 주민들 보상방안 논의
특별법 제정에 마지막 희망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폭격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은 월미도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영화 흥행에 이어 지난 9일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 재연행사까지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전 성공 이면에 감춰진 원주민들의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을 하고 미군 폭격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한인덕 대책위 위원장은 “폭격을 피해 고향에서 쫓겨나듯 빠져나온 뒤 66년이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노인이 된 지 오래고, 이제는 45세대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서 “인천시의 힘으로만 월미도 원주민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관심을 갖고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월미도 원주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 “좋은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해보자”고 답했다.
인천시와 대책위는 폭격으로 가족이 사망한 인명피해 등은 후순위로 하고, 원주민들이 집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우선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6·25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월미도 원주민 외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월미도 원주민들은 지난해 9월 인천시의회가 제정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조례’에 따라 매년 9월 인천상륙작전 희생자 위령제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조례가 없어 지원비용이 30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시비 500만원, 구비 500만원 등 1천만원으로 지원액이 늘었다.
그러나 시가 법 테두리 안에서 월미도 원주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직접적인 피해보상을 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탓이다.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미군이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를 무차별 폭격해 민간인 100여명이 희생된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협의해 희생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 제정이 무산되면서 원주민 피해보상은 멀어졌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문병호 전 국회의원(국민의당·인천부평갑)이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자동폐기됐다.
그래도 시와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안상수 의원(새·인천중동강화옹진)이 ‘월미도 피해자 이주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가칭)’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입법조사처가 검토하고 있다.
문 전 의원의 특별법에 포함됐던 인명피해 보상 관련 조항을 없애고 위령사업 외에 폭격으로 인한 상해·장애 등 의료지원금과 생활 터전을 잃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주거 이전비, 이주정착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줄여 입법 가능성을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인천상륙작전으로 가족의 생명과 재산,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모두 뺏겼지만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다’,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면서 “한번 (시장을) 만나 면담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것을 시작으로 대안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월미도 폭격 사건은 인천상륙작전을 시행하기 직전인 1950년 9월10일 미군이 사전경고 없이 네이팜탄 포격과 기총소사 등 월미도를 폭격한 사건이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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