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건물이 있다.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건축방법이 필로티 구조다. 1층에 대형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형식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지하 주차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도 맞는다. 크지 않은 평수에, 높지 않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심 원룸 건물에 유행처럼 사용된다.
이런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지진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건축물의 전체 중량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다. 그 중량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면으로 분산된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이 두 가지 요소 중에 벽면이 없다. 6~8개 기둥이 벽면으로 받아야 할 건물 하중까지 모두 받는 구조다. 상하 진동, 또는 좌우 진동을 받게 될 경우 붕괴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진도 5를 넘는 강진 앞에 위험천만한 상태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5층 이하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내진 설계는 건축구조설계사가 확인할 의무가 없다. 내진 설계를 하도록 하고 있다지만 확인 의무는 없는 셈이다. 영세 건축주들이 확인 의무도 없는 내진 설계를 위해 건축비의 30% 가까이를 추가로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5층 이하의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공학적으로도 붕괴 위험이 높은데, 내진 설계의 책임마저 생략된 상태로 서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진 공포에 휘말려 있다. 지상에 세워진 모든 건축물의 안전에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어찌 보면 필로티 구조 건축물 역시 그런 지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지어진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 대해 어떻게 하자는 제안을 하지는 않겠다. 다만, 필로티 구조 건물 신축을 제한하거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개선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만은 강조하려 한다.
도심 원룸의 상당수가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다. 원룸에 거주하는 입주자 상당수가 영세민이다. 이 문제 역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관련 있다. 50층, 70층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문제만 연일 지적되고 있다. 그 사이로 가난한 시민들이 생활하는 원룸에 대한 안전 대책이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즉시 대책을 내고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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