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철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적 테마공원이자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선덕여왕’ 등 촬영지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 관리 부실로 인해 흉물로 전락했다. 수십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이 마을은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각종 자재들이 부서진 채로 방치되거나 붕괴 위험이 있어 안전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께 고구려 대장간 마을(구리시 아천동·총면적 4천900㎡)내 의 목조 건물들 대부분은 사고 위험성을 이유로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일부는 붕괴까지 우려돼 관람객들의 접근을 막는 밧줄과 푯말이 설치돼있었고, 주변에는 부서진 의자와 문 등 각종 고장난 시설물들이 을씨년스럽게 내팽개쳐져 있었다.
또 건축물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 목재는 녹이 슨 대못이 박힌 채로 바닥에 그대로 나뒹굴고 있어 어린 아이들이 그 사이를 아무런 제지없이 돌아다녀 위험천만해 보였다. 하지만 이를 치우거나 접근을 막아야 할 직원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100여명의 5세반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한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관리가 안 된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며 “마을 곳곳이 어린 아이들이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해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각종 체험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투호 체험장의 도구함은 언제 사용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먼지가 뿌옇게 쌓이고 거미줄까지 쳐있는 상태였다. 또 고구려 역사문화 체험관은 간판만 붙어있을 뿐 텅 비어 마치 폐가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이처럼 시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사이 노후된 목조 건축물 등이 파손되면서 차츰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실제 관광객 감소로 인해 지난 2014년부터 무료 운영되고 있는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개장년도인 2008년보다 50% 이상 관람객이 줄어든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구리시 관계자는 “시설물의 토지 소유자가 따로 있는 탓에 무상임대로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모든 시설물을 보수하기는 힘들어 최소한의 시설 보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경기도와 안전행정부가 20억여원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08년 조성했다. 이곳은 고구려 철기문화를 볼 수 있는 유적 테마공원으로 개장 이후 공립박물관으로 등록되는가 하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도내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송승윤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