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평택 간 KTX 공사-
연말 개통 예정인 KTX 수서~평택 노선의 절반 가까이 활성단층 위에 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서 수서~평택 노선을 따라 신갈단층이 겹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구간은 수서에서 동탄까지 약 30㎞다. 수서~평택 간 노선이 61㎞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신갈단층은 과거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고, 앞으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다. 불안정한 단층으로 인한 징후도 이미 있었다. 지난 2월 용인정거장 터널에서 균열과 지하수 누수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균열이 발생한 이유는 단층 때문에 지반이 불안하기 때문으로 조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철도시설공단이나 시공사 누구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본보 취재진이 이 문제에 대해 취재했다. 일부에서 ‘공사 중 중요한 문제가 발견돼 공기가 연장됐다’는 제보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공단과 시공사 측은 이런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취재진이 800여 억원의 공사 지연 배상금을 감면해 준 이유까지 캐물었지만 역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새로 발견된 단층대 출현’이라거나 ‘광역철도 동시 시공’이라는 엉뚱한 답변만 반복했다.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미 진행된 공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철도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 안전성 재검토 등의 복잡한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였을 게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연 배상금 특혜 의혹까지 감수하면서 신갈단층대 발견 사실을 뭉개고 앉아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전모가 드러난 꼴이 됐다. 용인정거장 균열 사고가 난 2월에 공개하고 점검받았어야 할 공사를 7개월이나 무대포로 밀어붙인 것이다.
공단 측은 “내진 설계를 충분히 했다”고 변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내진 설계를 하더라도 활성단층 위를 지나는 고속철은 위험천만이다”고 반박한다. 우리가 판단하건대 전문가들의 의견이 설득력 있다. 느닷없이 흔들리는 지반 위를 시속 200㎞ 이상 속도로 내달리는 고속철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안전 무감증이다. 부실시공된 철도를 다시 놓으라고 요구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부실을 알면서 밀어붙인 사람은 바꿀 수 있는 문제다. 신갈단층 은폐의 진상을 파악해라. 그리고 책임자를 문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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