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군수가 ‘하’를 맞게 되면 즉시 파직이고 ‘중’을 두 번 맞아도 파직. 그러나 최고 점수인 ‘상’을 맞으면 어떤 보상도 없다. 백성을 잘 돌보는 것이 임무인 수령으로서 당연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역시 조선왕조의 기틀이 됐던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 뽑아낸 ‘수령칠사(守令七事).’ 첫 번째는 농사와 누에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두 번째는 그 고을에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가. 특히 전염병이 돌면 많은 인명손실을 겪었던 당시로서는 지방수령들의 보건위생 행정이 큰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고을의 인구를 늘리는 것은 정말 힘든 문제.
세 번째는 교육이 잘 되고 있는가. 네 번째는 관할지역에서 1년 동안 송사가 얼마나 있었나. 물론 송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지역의 민심이 나쁘다는 반증이어서 평가에 크게 불리하다. 송사가 전혀 없었다면 그 수령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만약 오늘날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지방수령을 평가한다면 ‘상’을 맞을 시장·군수가 몇이나 될까? 즉시 파면되는 ‘하’를 맞은 사람을 또 얼마나 될까? 그 지역 출산율을 제일 중시했던 평점으로 생각하면 ‘상’을 맞을 지방수령은 거의 없다.
이미 서울시는 부부 출산율이 0.968명으로 전국 1.187명에 비해도 꼴찌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시·군 역시 점점 늘어나 ‘돌잔치’에 가는 것보다 장례식에 ‘문상’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충남의 공주시장은 최근 공주시로 100명 이상을 전입시킨 공무원에게 계급 승진을 시키는 특례를 베풀었다. 그렇게 인구증가는 절박하다.
인구 감소의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전라남도, 경상남도, 충청남도 순이다. 봄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듯 인구 감소 역시 남쪽에서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1학년 취학 어린이가 한 명도 없는 농·어촌 초등학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2030년에 가면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레리 덴트 박사는 한국이 2018년에는 ‘인구절벽’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는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급속히 떨어져 경제위기를 자초하는 현상으로 매우 심각한 메시지다.
오죽했으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우리 초저출산율 문제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을까? 이 총재는 일본의 경우 전담 장관까지 임명하여 합계출산율을 현재 1.4명에서 1.8명으로 끌어올려 50년 후에도 일본 인구 1억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금 인구문제를 그렇게 강력히 밀어붙여도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20~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출산정책에 더욱 속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