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여러 대의 외제차가 시속 200㎞ 이상으로 질주하고 있어요.”
지난 7월29일 밤 11시45분께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의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당시 영종대교∼인천공항 방면 공항고속도로에서 떼 지어 광란의 질주를 벌인 차량은 8억원짜리 람보르기니와 BMW i8(2억원), 포르쉐 박스터(1억4천만원) 등 고가의 외제차 5대였다. 이들은 일정한 속도로 달리다가 정해진 구간에서 굉음을 내며 급가속, 결승 지점까지 누가 더 일찍 도착하는지 승부를 겨루는 일명 ‘롤링레이싱’을 벌였다.
이들의 질주에 당시 고속도로를 지나던 다른 차들은 자칫 사고가 날까 큰 위협을 느꼈고,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2개월여에 걸쳐 공항고속도로와 영종도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톨게이트 통과 내역 등을 분석해 레이싱에 가담한 차량 5대의 번호와 운전자와 동승자의 신원 등을 확인했다. 이후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총 14억원 상당의 외제차 5대와 블랙박스, 운전자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서울 강남 등의 사업가이거나, 직업 없이 부모가 사준 외제차를 타고 이 같은 레이스를 벌였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을 토대로 도로교통공단을 통해 최고속도를 산출해보니 이들은 제한속도(시속 100㎞)의 두 배가 넘는 최고 시속 222㎞까지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떼 지어 과속하며 난폭운전을 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A씨(34) 등 운전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거짓 진술한 혐의(범인도피)까지 추가해 함께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주 레이싱이 한 차례 확인된 것만으로 범행 차들을 압수해 수사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다수의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는 불법 레이싱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압수한 외제차들이 불법 개조됐는지 조사하는 한편 폭주 레이싱을 상습적으로 벌였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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