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 성분이 발견된 11종의 치약에 대해 전량 환불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교환ㆍ환불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다,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고객대응센터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등 사실상 ‘불통’ 상태를 빚었다.
28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장안구 한 대형마트의 교환ㆍ환불 코너에는 논란이 된 치약을 환불하려고 찾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유해성분인 CMIT/MIT가 포함된 11종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상표가 붙어 있으면 불안하다며 이 외 치약의 환불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이날 오후 수원시 내 대형마트 환불 코너 대부분은 집에서 사용하다 만 치약 등 소비자들이 환불을 하고 난 치약을 담은 카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부 이모씨(33)는 “메디안 치약을 환불하고 다른 치약을 사러왔다”면서 “믿었던 기업인데, 이제는 치약도 안심하고 쓸 수 없게 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과는 달리 동네 일부 중소형 슈퍼마켓에서는 회수 방침에 대해 전해듣지 못한 채 환불을 거부하며 손님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도내 A중형마트 관계자는 “오전부터 고객들이 치약을 환불 해달라고 요구하며 찾아오고 있는데, 아모레퍼시픽 본사나 대리점으로부터 비용 부담 약속을 아직 받지 못해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대리점과 유통업체를 통해 해당 제품을 넘길 예정이지만, 될 수 있으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서 환불하길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환불에 관련된 사항을 알려주는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고객대응센터마저 밀려드는 문의전화로 통화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직장인 정모씨(33)는 “공식 채널을 통해 답변을 들으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차례 넘게 전화했지만, 전화 연결이 안 됐다”면서 “문의 전화가 밀려오는 게 당연할 텐데, 이에 대한 대응도 없었는지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소형 슈퍼나 마트 등에도 담당직원들이 연락을 취하며 환불에 대해 고지를 하고 있지만, 회수가 급작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 “고객 대응센터에서도 상담팀 직원 30여 명 정도가 응대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원활한 환불을 위해 추가로 직원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을 사용한 소비자 14명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서경배 회장과 심상배 대표이사를 비롯해 원료 공급사,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담당 공무원을 약사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 했다.
정자연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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