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파업 빌미 된 성과연봉제, 대화로 출구 찾아야

금융노조 총파업에 이어 27, 28일 철도·지하철 노조가 22년 만에 연대 파업을 벌였다. 28일 보건의료노조도 가세했다. 다행히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교통ㆍ물류 대란 등 국민 불편과 산업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파업 정국의 핵심 쟁점은 ‘성과연봉제’다. 정부는 공공ㆍ금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철밥통’을 깨고 청년 채용도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노동ㆍ금융개혁의 걸림돌인 공공ㆍ금융부문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1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을 발표하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지침 발표 후 공공기관 120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중 54곳은 노조 설득에 실패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간 금융회사도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면 근로조건의 핵심인 임금 체계에 노조가 개입할 근거가 사라져 노조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사업주가 근로자를 손쉽게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단기 실적주의가 만연해 금융ㆍ공공부문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파업 전 정부와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처음부터 성과연봉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파업을 해봤자 동력이 오래가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교섭 없이 밀어붙였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조직 역량을 집중해 파업에 명운을 걸고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문제는 정부와 노동계가 교섭이나 대화 한 번 없이 강하게 대치하다 결국 이 지경까지 온 만큼 파업 정국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도 어렵고 정국도 어수선한데 파업까지 장기화되면 불편을 겪고 피해를 입는 건 국민과 산업계다.

정부가 성과연봉제가 최고선인양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노동계도 국민을 볼모로 무조건 파업을 계속해선 안된다. 맹목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 전문가들이 모여 합리적인 임금체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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