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약 유해성분 알고도 모른척?…아모레퍼시픽, 거짓해명 의혹

원료납품 미원상사, 2012년 홈페이지에 ‘방부제 CMIT/MIT 0.22ppm’ 함유 명시
식약처 회수조치에 아모레퍼시픽 “몰랐다” 펄쩍…공급업체에 책임전가 의혹

▲ 아모레퍼시픽 납품업체인 미원상사가 제품 설명을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Micolin S490 규격에 관한 내용. 사진 하단에 현재 문제가 된 CMIT와 MIT가 방부제로 0.22ppm 사용됐음을 알리는 내용 ‘preservative(방부제) : CMIT/MIT 0.22ppm’이 명시돼 있다. 미원상사 홈페이지 캡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치약 11종을 판매해 논란이 된 아모레퍼시픽이 납품업체에서 제공한 원재료에 유해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해당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줄곧 유해성분이 포함된 물질을 납품받은 줄 ‘몰랐다’는 입장을 내세웠던 아모레퍼시픽이 공급업체에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8일 본보 취재 결과, 아모레퍼시픽에 문제의 원료를 납품한 미원상사는 지난 2012년도에 소듐라우릴황산염(MICOLIN S490)에 대해 제품 규격(TDSㆍTotal Dissolved Solids)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한 상태였다.

 

미원상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2012년 2월 7일자로 소듐라우릴황산염(MICOLIN S490)의 제품 TDS파일이 사업영역란에 게재돼 있다. 해당 파일에는 제품 구성 요소 등과 함께 아모레퍼시픽 측이 사용된 지 몰랐다고 주장한 ‘preservative(방부제) : CMIT/MIT 0.22ppm’이 명시돼 있다.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MIT)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유독물로 현재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에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또 한 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물질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2년 CMIT와 MIT를 유독물로 지정했으며, 식약처에서는 치약용으로 사용을 금지했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ㆍMIT이 소듐라우릴황산염(MICOLIN S490)에 포함됐다는 내용이 4년 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게재돼 있었던 것이다.

 

앞서 이정미 의원은 지난 2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제조한 치약의 원료를 납품한 미원상사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 CMITㆍMIT을 아모레퍼시픽에 납품한 소듐라우릴황산염(MICOLIN S490)에 첨가해 방부제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식약처는 이날 CMITㆍMIT이 사용된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11종에 대해 회수 조치를 내렸고, 아모레퍼시픽은 “제조업체에서 받은 치약 원료에 CMIT와 MIT 성분이 들어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몰랐다”며 즉각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27일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통해서도 ‘최근 원료사로부터 납품 받은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내에 CMIT/MIT 성분이 극미량 포함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라고 밝히며 문제의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몰랐음을 강조한 바 있다. 미원상사 관계자는 “TDS는 우리 제품을 사는 고객사들이 제품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품 규격사항을 정리해 명시해 놓은 것”이라며 “제품의 규격에 대해 설명을 일일이 할 수 없어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통상적으로 제품규격 사항은 해당 제품을 사는 업체라면 입고하는 과정에서 검사할 때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원재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도 최종 제조 가공업체가 납품을 받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정부도 문제가 있지만, 국민의 건강에 문제가 되는 주요 성분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제품을 만든 제조사는 더 큰 죄가 있다”면서 “유통문제의 허점에 기대어 성분에 대해 아예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을 믿고 제품을 사용해 온 소비자들을 기만, 무시하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홈페이지에도 해당 사항이 게재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유해성분이 포함됐다는 내용은 이정미 의원실에서 미원상사 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면서 알게 된 사실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원료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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