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품 사기로 해놓고…나몰라라한 대기업ㆍ공공기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358개 사업 관련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해놓고 3분의 1에 해당하는 111개 사업 관련 제품은 사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중소기업청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구매를 취소한 이유를 파악하기는커녕 관계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해외연수까지 보내줬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중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중기청은 지난 2002년부터 수요처가 제품 구매를 조건으로 기술개발(R&D) 과제를 제안ㆍ지원하면 중소기업이 과제를 수행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업을 통해 358개 과제 관련 제품의 구매를 약속했지만 111건은 기술개발이 성공했음에도 구매하지 않았다. 해당 111건 과제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3년간 총 313억 원이었다. 대기업들이 구매를 거절한 이유는 다양했다. 삼성전기는 개발과정에 동참한 제품을 두고 ‘신뢰성 미흡’, ‘현장검증 미실시’ 등을 들어 구매를 거절했고, 포스코는 ‘기술력 애로’, ‘성능 미검증’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부처인 국가안전처와 공공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중기청은 실제 구매액이 약정액에 못 미친 이유만 조사했을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매가 이뤄지지 않은 111건의 과제에 대한 기부금을 모두 받아내기까지 했다.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관리지침’에 따라 일정액의 기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기간 납부된 기부금 7억8천만여 원 가운데 구매가 이뤄지지 않은 111개 과제를 진행한 업체들이 낸 금액만 2억7천425만 원(35%)에 달한다. 중기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이 기부금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성과보상제도 포상자 상금’ 1억1천750만 원, ‘성과보상제도 해외연수비’ 1억5천980만 원씩 각각 지급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기청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은 “대기업들이 시험성능인증에 참여하고 스스로 입회해 개발한 사업마저 구매를 거부한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중소기업을 피눈물 나게 한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징계하지도 않고 오히려 해외연수를 보내주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주영섭 중기청장은 “지난해부터 기부금 제도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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