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바꾸자] 대중교통 이용 시 백팩은 앞으로 멥시다

“한 가지 작은 실천이 모두가 편한 대중교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6살 딸과 범계역에서 지하철에 오른 K씨(38·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아이를 안고 그대로 지하철에서 내려야 했다. 아이 앞에서 백팩(배낭)을 메고 서 있던 한 남학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백팩이 아이의 얼굴을 때렸고,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다행히 상처가 나지는 않았지만 K씨는 놀라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한참 동안 식은땀을 흘렸다. K씨는 “어른들이 백팩을 메면 보통 아이들의 얼굴 높이에 온다”면서 “가방을 의자 위에 올려두거나 앞으로 메는 등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매일 아침 학생들로 가득 찬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J씨(25·수원)도 항상 ‘백팩족’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커다란 백팩을 메고 서 있는 승객들 때문에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칠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승객들은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어 비켜달라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승객들로 가득 찬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백팩을 ‘앞’으로 메는 것이 에티켓이다. 이를 위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지난 2014년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을 운행하는 지하철 내 모니터에 ‘백팩은 앞으로 맵시다’라는 홍보 동영상을 게시하고, 관련 플래시몹을 펼치는 등 지속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객이 가방을 앞으로 고쳐 메기 귀찮거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사소한 이유로 적극적인 실천으로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A인터넷 사이트에서 대학생 1천826명 대상으로 ‘지하철 꼴불견’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94%가 지하철 이용 도중 꼴불견을 목격해 욱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대답했으며, 이들 중 10.6%가 백팩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최대한의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면서 “승객 모두가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티켓인 만큼 적극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병관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백팩을 앞으로 메는 작은 실천으로 선진 대중교통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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