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부르는 ‘보행자 작동신호기’

잦은 고장에 신호길이도 5초 불과
시민들 무단횡단 부추겨 안전 위협

보행자 편의와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잦은 고장과 짧은 보행 신호로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3시께 수원시로 빠져나오는 용인~서울고속도로 출구에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고장이 난 채 방치, 버튼을 눌러도 신호가 녹색불로 바뀌지 않았다. 이에 시민들은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는 차량 사이로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도로변에 우거진 나무들이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곡선 커브의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차량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했다.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또 다른 용인~서울고속도로 진입로에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짧은 신호 시간으로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신호 길이가 5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K씨(68)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신호가 짧다고 느껴진다”며 “조금만 늑장 부리면 금세 빨간불로 바뀌어 조마조마하다”고 불안해했다.

 

같은 날 용인시 수지구 광교산자이아파트(445세대)와 동부센트레빌1단지아파트(298세대) 주민들이 건너편 상가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6차선 도로에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보행 신호가 20초가 채 안 됐다.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넜지만, 반대편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호는 빨간불로 바뀐 상태였다. J씨(38·여)는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데, 건널 때마다 신호가 짧다고 느껴져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3일 경기경찰에 따르면 보행자 작동신호기는 보행자가 직접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뀌는 장치로, 차량이 많고 보행자가 적은 구역에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무단횡단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됐다. 현재 도내에는 706개소에 1천474개의 보행자 작동 신호기가 설치된 상태다.

 

그러나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설치된 곳 가운데 외진 지역이 대부분인 데다 작동조차 안되는 등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이 횡단보도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보행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주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보행자 작동신호기 특성상 보행자 통행이 적은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외진 곳이 많다”며 “가로등을 환하게 하는 등 보행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지역은 점검 후 신속히 수리하겠다”며 “보행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주변 환경 개선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윤모·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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