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는 OO이다] 7.경기문화재단 ‘놀고it(있)수다’

‘놀이하는 인간’ 즐거움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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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는 지난 8월부터 ‘생활문화’의 명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자타공인 생활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을 통해 누구나 쉽게 생활문화에 도전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함이다. 이러한 가운데 왜 지금 우리에게 생활문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행사가 열려 찾아가 봤다.

 

잘 사는 것 말고 좋은 삶을 추구하라

지난 2일 오후 2시 안양 평촌아트홀.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설원기)과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이사 정재왈)이 공동 주최한 대중토크쇼 ‘놀고it(있)수다-호모루덴스의 귀환’이 평촌아트홀에서 벌어졌다. 

이날 행사는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생활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기획한 캠페인 ‘현대생활문화 진단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해는 화성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레고 전시회와 토크쇼로 구성한 ‘어른들이 노는 법’과 문화재단 다산홀에서 공간 전문가들을 초청해 삶의 공간을 주제로 한 토크쇼 등이 열렸다.

 

현대생활문화 진단시리즈로 세 번째 열린 이날 대중토크쇼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와 연휴라는 변수 때문에 예상보다 적은 100여 명의 경기도민이 참석했다. 수는 적었지만, ‘노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인 만큼 내내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토크쇼의 첫 주자는 책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로 유명한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였다. 그는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세상물정의 사회학>과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을 펴냈다. 최근 김제동이 진행하는 생활시사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날 무대는 우승한 마라토너에게 주어지는 ‘월계관’ 이미지를 보여주며 입을 뗐다.

“월계관은 마라토너들이 아주 힘들게 달려 우승했을 때 주어진 상이다.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받는 월계관. 그러나 관점에 따라 누군가에는 월계관‘뿐’을 받는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영광스럽게도’ 월계관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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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월계관은 현대인이 ‘삶’에 대해 갖는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상징적 예다.

노 교수에 따르면 고대인은 삶을 크게 ‘유지하는 생명’과 ‘의미있는 생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 태어났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저 생명이 붙어 있어 사는 동물적 삶(조에ㆍZOE)과 목숨 유지 이상의 의미있는 것을 지향하는 가치있는 삶(비오스ㆍBIOS)을 의미한다. 노 교수는 이 분류에 월계관을 대입, 의미있는 삶을 지향한 마라토너가 자신만의 가치있는 목표를 이뤘다는 표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가 밝힌 ‘좋은 삶’을 전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나눈 삶의 두 가지 형태와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했다. 응당 인간이라면 지향해야 하고 살아있는 동안 누려야 할 삶의 의미, 그 형태를 ‘좋은 삶’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 사는 삶과 동의어는 아니라고도 말했다.”

 

이어 배불리 먹고 부자가 되는 삶은 잘 사는 삶일 뿐, 좋은 삶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돈만 많고 밝히는 ‘속물’, 자기 욕구와 쾌락에만 몰두하는 ‘짐승’,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심에 이를 강요하는 ‘꼰대’, 지식만 가진 ‘샌님’ 등 4개 유형의 삶은 각자 잘 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삶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성장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경제학자 ‘이스터린의 역설’이 그 예다.

노 교수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는 한계가 없고 행복할 수 없다. 이제는 행복할 수 있는 것, 자신만의 월계관을 스스로 만들고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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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자기 인정부터 시작해야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좋은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위 4가지 삶의 형태가 적절하게 균형잡힌 삶이야말로 좋은 삶”이라고 정의했다. 이 때 좋은 삶, 즉 행복한 삶을 이루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고통을 줄이거나 행복한 요인을 얻는 것이다.

 

“노동하는 인간(경제적 인간)에게 직업 세계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지고,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다. 반면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에게 직업은 이득보다 만족을 추구하는 취미의 영역이다. 월계관을 차지한 마라토너를 칭찬하는 사람이 많고, 참여 마라토너가 많을수록 월계관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호모 루덴스에게 이익은 나눌수록 줄지 않고 더 즐거운 ‘화수분’이다.”

 

‘월급봉투’에만 매달리지 않고 ‘나만의 월계관’을 추구할 때, 놀이와 취미를 함께하는 동료가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는 좋은 삶을 추구할 때의 첫걸음을 제시했다. 홍 신부는 유명 코미디언을 닮은 외모에 대중친화적이면서도 직설적 화법으로 ‘괴짜신부’, ‘조폭신부’로 불린다.

 

이날 홍 신부는 “생산과 결과만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모든 사람이 가난, 열등감, 불안감 등 사회가 조장한 자신만의 장애를 안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스스로 이 상황, 처지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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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명우 아주대학교 교수
자기 자신의 부족한 것을 인정함으로써 생각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솔직한 나 자신으로 돌아갈 때 욕심을 찾는 동시에 버릴 수 있고, 비로소 호모루덴스로서 인생을 책임지고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기쁨이 없고, 놀지 않으면 해방구가 없다. 조금 부족한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람객 A씨(56ㆍ여)는 “당장 오늘 아침에도 남편과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평생 문구점을 하면서 노는 시간 없이 일만 해왔다”면서 “우연히 토크쇼를 보면서 잘 사는 것, 잘 노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덕분에 행복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관련 문화재단 관계자는 “생활문화는 곧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한 방법임을 알려준 토크쇼”라며 “앞으로도 대중과의 다채로운 접점을 마련해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후 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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