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폭 편지에 새긴 자식사랑 정약용 선생 ‘하피첩의 歸鄕’

다산의 고향 남양주서… 실학박물관 17일부터 특별전
딸에게 그려보낸 ‘매화병제도’ 등 관련 유물 20점 선보여

▲ 하피첩3첩
1807년 봄,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 아내 홍씨 부인으로부터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색 비단치마를 받는다.

결혼한 지 30년이 흐른 시간만큼 누렇게 바래 있었다. 다산은 그 오래된 비단 치마를 말리고 잘라 경계의 말을 기록하고 1807~1809년 두 아들에게 보냈다. 다산의 부부애, 부성애, 철학, 그리고 여러 필체 등을 품고 있는 그것이 바로 ‘하피첩(霞?帖)’이다.

하피첩은 가보(家寶)로 전해지다가 6·25 발발 직후 다산의 종손 정향진(1968년 작고)씨가 난리통에 사라졌다.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2006년이다. 한 소장자가 TV ‘진품명품’ 프로그램을 통해 “2004년 수원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발견했다”며 공개했다. 당시 감정가 1억원이 매겨지기도 했지만 다시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다.

제목 없음-1 사본.jpg
▲ 매화병제도
2010년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 2011년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전 대표 소유의 것을 압류하기에 이른다. 이후 2015년 국립민속박물관이 서울 옥션 경매에서 구입하고 올해 공개했다.

 

이처럼 가보에서 개인 소장자, 그리고 경매와 공공박물관까지의 우여곡절을 겪은 하피첩이 다산의 고향 남양주로 돌아온다. 실학박물관(관장 장덕호)이 오는 17일부터 ‘하피첩의 귀향’을 주제로 여는 특별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피첩(보물 1683-2호)과 다산이 시집가는 딸에게 그려 보낸 매화와 새 그림인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 등 관련 유물 20점을 선보인다. 경기도내에서 하피첩이 대중을 마주하는 첫 자리다. 본래 4첩으로 이뤄져있지만, 현재 남아 전해지는 3첩을 볼 수 있다. 

또 17일 오후 2시 고향으로 돌아온 하피첩을 다산의 영전에 고하는 환안(還安)고유제를 다산유적지의 영정을 모신 사당 문도사에서 진행한다.

 

이와 함께 ‘<하피첩> 서시序詩’, ‘쓰러진 나무에 싹이 나고’, ‘매화병제도’ 등 창작가곡 3곡을 선봉인다. 풍류단 시가인의 강숙현 대표가 노래하고 박영기 경기도립국악단 피리 수석이 연주한다.

 

장덕호 관장은 “고향을 떠나 있던 하피첩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해 대중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고 관련 유물을 주제로 한 창작 가곡을 제작해 최초 공연한다”며 “시대를 뛰어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내년 3월26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