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바꾸자] 33. 자전거 안전모 생활화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 90% 안전모 미착용”
지난해 55명 숨져 ‘경기 1위’ 불명예
“안전모 착용, 우리가족 생명 지키기”

광명시 하안동에 사는 L씨(28)는 지난달 9일 집 앞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산책로 옆쪽에서 어린 아이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이를 피하려다 건너편 언덕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 다행히 팔꿈치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 외에는 L씨와 아이 둘 다 무사했지만,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L씨는 “아이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급히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언덕 아래로 떨어졌다”며 “떨어지는 도중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는데 헬멧을 안 썼으면 크게 다칠 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L씨가 헬멧을 착용한 것과는 달리 자전거를 타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헬멧을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13일 오전 11시께 수원 아주대 정문 삼거리는 자전거를 탄 운전자들이 도로 가장자리에서 운행하는 차량과 함께 통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위태롭게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30여 분간 지켜본 결과, 자전거 운전자 10여 명 가운데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께 화성시 능동 반송마을 사거리 인근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해 하교 중인 초등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3~4명씩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차도까지 나와 달리고 있었지만, 이들 역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를 타던 P군(12)은 “헬멧은 평소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 탓에 착용하지는 않는다”며 “학교에서도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교통신호 등을 위반하면 단속 대상이 됨은 물론 범칙금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헬멧 착용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 14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돼 있지만 이마저도 성인이 어린이와 동승했을 경우로 한정되는 탓에 어린이를 비롯한 성인 운전자들까지 헬멧 착용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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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경기일보DB

경기도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자전거 교통사고건수는 3천891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55명으로 사망건수 전국 1위, 사고건수는 2위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또 사망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머리 손상이며 사망자 중 90% 이상이 안전모 미착용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현재 안전모 보급 확산 및 청소년 대상 자전거 안전교육 시행 등 안전모 착용의 생활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내년부터 예산 확보 후 종합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자전거 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도록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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