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욕심에 겨울 양식 빼앗겨 산짐승들 생태계 교란·생존위협
함부로 채집하면 징역형·과태료 “열매들 야생동물에 양보하세요”
13일 오전 10시30분께 의왕시에 있는 청계산은 가을철 등산을 즐기기 위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등산로 입구에는 ‘밤, 도토리 채취 시 단속 대상이 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수풀에 가려진 탓에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현수막에 적힌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등산로 곳곳에는 등산객이 깐 것으로 보이는 껍데기만 남은 밤송이와 도토리들이 한쪽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부 등산객은 메고 온 배낭에 밤송이를 담거나 도토리를 호주머니에 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불법 임산물 채취나 산림 훼손 등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할 단속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수원에 위치한 광교산 입구에도 열매를 가져가면 안 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등산객들은 이를 무시한 채 등산을 하는 도중 떨어진 도토리를 재빨리 주워가는가 하면 열매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무를 흔드는 사람까지 눈에 띄었다.
이날 광교산을 찾은 J씨(52ㆍ여)는“평일에 등산을 자주 하는데 재미삼아 땅에 떨어진 도토리나 열매 등을 줍기도 한다”며 “한 번도 단속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가을철이 시작된 가운데 도내 산을 찾는 일부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임산물 불법채취로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등산객들이 무심코 이를 가져가거나 아예 취식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대량으로 가져가는 탓에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사라져 생태계 교란까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립공원을 포함한 모든 산에서 도토리나 밤 등 각종 열매를 따거나 줍는 행위는 불법이다. 산림 소유자에게 허락을 받은 일부 임산물 채취원 외 다른 사람이 임산물을 가져가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과해질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의왕시 등 지자체마다 임산물 불법 채취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만, 불법이라는 인식이 미미한 탓에 등산객들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밤과 도토리 등을 채취해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에 있는 열매들은 야생동물의 겨울철 저장 음식으로, 불법으로 채취하면 야생동물의 생존이 힘들 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무심코 임산물을 가져왔다가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에 따르면 임산물 불법채취를 포함한 산림 내 불법행위로 지난 2014년 5명이 입건, 35명이 훈방 처리됐고 지난해에도 25명이 입건, 3명이 훈방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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