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주요상권 수천만원부터 최대 수억원
장사안돼 문 닫은 곳까지 자릿세 명목으로 요구
작은 만두가게 창업을 준비하던 H씨(35ㆍ수원)는 최근 임대할 상가를 찾던 중 수원역 상권 내 위치한 빈 점포 하나를 발견했다. 중심상권인 로데오거리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지만, 99㎡ 정도의 적당한 면적과 1층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건물주에게 임대를 문의했다.
그러나 H씨는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점포는 3개월 전 카페의 폐업 경력이 있었던 데다 건물주는 역세권이라는 이유를 들어 ‘바닥권리금’ 3천500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H씨는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그동안 갈고 닦은 상권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인데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가게가 있던 곳에서 바닥권리금을 달라니 황당했다”며 “건물주가 이익을 보기 위해 임차인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지역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일부 건물주들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바닥권리금을 요구하는 일이 횡행하면서 임차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13일 도내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바닥권리금은 상가에 입점한 뒤 향후 점포의 활성화를 감안해 건물주 또는 기존 임차인이 요구하는 일종의 ‘자릿세’를 말한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입지 프리미엄이 있는 번화가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소위 ‘A급’ 상권으로 꼽히는 입구 방면 점포는 1억 원에서 2억 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안양 범계역 중심상가도 최소 5천만 원의 바닥권리금이 붙어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새로 짓는 상가 건물의 건물주들조차 바닥권리금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주민 수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설 상가에 2천만 원 가량 바닥권리금이 붙었다. 동탄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동탄 내 거의 모든 상가에 바닥권리금이 붙어 있다고 보면 된다”며 “신축 건물임에도 배후 수요가 크다는 이유로 건물주들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주에게 바닥권리금을 낸 경우 자리를 뺄 때 최대 수억 원의 돈을 허공에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계약은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에만 이뤄질 수 있다. 반면 건물주와는 법적 권리금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신규 임차인이 권리금을 주지 않는 이상 폐업할 경우 이를 보존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소상공인 업계는 정부에 바닥권리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임대료와 권리금 등 부동산 관련 문제는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생존이 달린 일”이라며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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