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17일로 2주년을 맞지만 도내 곳곳에서 여전히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는 등 환풍구 안전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2의 환풍구 사고를 막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및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정오께 찾은 분당선 수원시청역 8번 출구 인근의 한 영화관 건물.
점심 때가 되자 번화가인 이곳은 영화 관람을 위한 연인과 친구, 식사를 하기 위한 가족 단위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건물 입구 앞은 환풍구(가로 2m X 세로 2m)가 인도 양쪽 끝까지 전부 차지한 탓에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환풍구를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환풍구 안을 들여다보니 깊이가 수m로 꽤 깊어 보였지만 한 겹의 철제 덮개만이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더욱이 경고문구나 안전펜스 등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빨간색 카펫으로 환풍구 일부를 덮어놓아 사람들이 아무런 주의 없이 지나다니는 등 추락사고마저 우려됐다.
같은 시각 수원시 아주대삼거리 인근의 한 병원 건물 앞에도 인도 위에 환풍구(가로 1m X 세로 2m)가 덩그러니 있었다. 환풍구 옆엔 ‘추락위험’이란 경고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낡고 색이 바랜 탓에 눈에 잘 띄지 않았고, 펜스 등 안전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환풍구는 건물 1층 편의점 입구 앞에 있어, 병원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까지 지속적으로 환풍구 위를 지나다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인도 전체가 환풍구인 곳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성남시 분당선 정자역 6번 출구와 지하철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사이의 인도(길이 50여 m)는 전체가 환풍구였다. 이곳은 일반 행인들이 인도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이나 짐을 가득 짊어진 이들의 주된 통로로 활용되고 있었다. 환풍구에 철제 덮개를 이중으로 설치하긴 했으나 시민들은 불안해하며 30여 cm 남짓한 경계석 위를 불안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었다.
P씨(56)는 “판교 사고 이후 환풍구 위로는 웬만하면 지나다니지 않으려 했는데, 이곳은 인도 전체가 환풍구라 지나다닐 때마다 불안하다”며 “별도의 길을 내주던지,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건축물(연면적 5천㎡ 이상, 지하층 면적 1천㎡ 이상) 환풍기는 현재 3천315개로 조사됐다. 각 지자체들은 부적정한 환풍구에 대한 조치가 완료됐다는 입장이지만 확인 결과, 일부는 시민들이 환풍구 위를 지나다니는 구조로 돼 있는데도 경고문이나 안전펜스 등 안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7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신설되는 건물의 환풍구는 안전펜스나 조경으로 접근을 차단하거나 올라설 수 없도록 높게 설치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닥으로부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엔 해당 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이들 건물 환풍구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인력부족 등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리가 소홀해 진 것 같다”며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