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는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부족한 디지털 기기와 막대한 구매 비용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누리과정 예산 등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하는 것은 교육재정 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사고 있다.
16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로 만들어진 서책형 교과서 대신 태블릿PC를 매개로 한 교과서를 말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멀티미디어 자료나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기주도학습, 수준별 학습 등을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2018학년부터 초등 3·4학년 및 중등 1학년을 시작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는 안을 지난 8월 확정ㆍ발표했다. 초등 3~6학년 사회, 과학, 영어와 중학교 사회, 과학, 영어, 고등학교 영어가 디지털교과서 대상이다. 교육부는 또 기술 지원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내년 3월까지 디지털교과서 개발 규격 및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업 시 학생들이 이용해야 할 디지털 기기(태블릿PC 등)의 수가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태블릿PC 1대당 수십만 원 상당의 비용이 예상되면서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현재 누리과정 예산 등 교육 예산이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1년에도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추진했으나 현장 반발과 비용 문제 등으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도의 경우 초·중·고교의 총 학생 수가 155만7천806명(8월 말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태블릿PC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도입할 시 수백억 원(1대당 10만 원 가정)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의 매칭 사업으로 진행되면 관련 예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연구 교과서를 검토해본 결과 디지털 교과서가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면서 “교육부에서 디지털 기기 구매 또는 인프라 비용을 시·도교육청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디지털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인프라와 관련된 정확한 윤곽은 개발비 예산 등이 확정돼야 나온다”며 “비용 문제는 정부가 개발비를 많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충분한 검토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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