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감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협치’를 앞세워 20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첫 국감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한 셈이다.
지난 14일 13개 일반 상임위 가운데 일정을 연장한 법사위와 정무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의 국정감사가 끝나며 20대 국회 첫 국감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시민·사회 단체 모임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이번 국감에 ‘F’ 학점을 매기는 등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모니터 활동을 시작한 15대 국회 말 이후 18년 동안 F학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 학점(D)보다도 낮은 점수다.
이번 국감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로 새누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야당만의 ‘반쪽 국감’으로 시작됐다. 당초 국감 시작 예정일은 지난달 26일이었으나 이달 4일이 돼서야 정상화됐다.
국감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여야는 정쟁만 거듭하며 민생을 외면했다.
교문위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관한 논쟁으로 정작 교육현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법사위에서는 고 백남기 농민의 외인사 논란과 부검 영장 발부를 놓고 입씨름만 거듭했다.
의원들의 꼴불견 행태, 허위사실 폭로 등도 이번 국감의 질을 낮췄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용인병)은 지난 13일 교문위 국감 도중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고양병)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지난달 29일 산자위 국감에서 최동규 특허청장의 아들이 LIG넥스원에 특혜 채용됐다며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했지만 동명이인인 것으로 밝혀져 5시간 만에 이를 번복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산업위 종합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문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는 답변만 수십 차례 거듭하며 의원들과 국민의 빈축을 샀다.
그럼에도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14일 국감대책회의에서 “기본적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무책임하게 폭로하거나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으로 청와대 공격에 몰입하는 야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국감 거부로 인해서 초기에 파행된 점, 새누리당의 몇몇 의원들이 국감 과정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언사나 행동을 보여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고 밝혔다.
김재민·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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