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中 어선 대응,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나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문제가 국가 간 갈등으로 옮아갔다. 많은 국민이 불법 조업 어선에 대해 함포 사격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한다. 정부도 40㎜ 함포, 20㎜ 발컨포, M60 기관총까지 동원한 해상 사격 훈련을 했다. 그런데 중국 반응이 점입 가경이다. 당초 방관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 단속 경비정 침몰을 ‘공해상의 쌍방 과실’로 해석하고, 우리의 해상 훈련에 ‘이성을 찾으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중하다. 전체 관계를 고려한 외교적 처신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엔 균형이란 게 있다. 중국 어선이 우리 앞바다에서 수자원을 도둑질해가고, 이를 단속하는 경비정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이때의 균형은 중국 측 사과와 재발방지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고압적인 자세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군사 충돌을 들먹이며 협박하고 있다. 균형이 사라진 관계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중을 거듭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인조 15년 1월 18일(1637년)에 이런 기록이 있다. 주화론자 최명길이 사실상의 항복문을 작성했다. “조선 국왕은 삼가 대청국 관온 인성 황제에게 글을 올립니다…삼가 생각건대 황제의 덕이 하늘과 같아 반드시 불쌍하게 여겨 용서하실 것이기에….” 김상헌이 문서를 찢었다. “국서를 찢어 이미 사죄(死罪)를 범하였으니, 먼저 신을 주벌하고 다시 더 깊이 생각하소서.” 이어지는 김상헌의 주청을 들으며 세자가 울고, 모두가 울었다고 기록돼 있다.

380년 전 치욕의 역사지만 새삼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다. 작금의 중국 문제를 풀어가는 정부가 최소한의 역사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중국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원만했다. 외교장관은 ‘축복’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관계를 자랑했다. 그런데 사드배치 갈등 이후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가고 있다. 더 풀어서 설명하면 전례 없는 굴욕적 관계로 가고 있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국민 눈에 그렇게 비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중국어선 조업 대처만이라도 강해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 국가의 대처와 역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로 남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의 상당 부분이 굴욕적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비굴한 항복문서를 쓴 박근혜 정부가 될 것인가, 당당한 주권 확립을 세운 박근혜 정부가 될 것인가. 역사의 기록은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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