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관광버스 등 3만대 설치 지원
일부 업체, 기록제출 요구에도 거부
난폭운전·주행거리 등 파악 못해
경기도내 관광버스가 부실한 안전 관리에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전락(본보 17일자 1면)한 가운데 일부 관광버스 업체들이 최소한의 안전관리에도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버스기사의 운전 습관 등을 파악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운행기록계’를 사실상 활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경기도와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화물차ㆍ버스 등 대형 사업용 차량은 의무적으로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장착해야 하고 6개월간 운행기록을 보관해야만 한다.
디지털운행기록계는 자동차의 속도부터 RPM, 브레이크, 차량 위치, 주행거리, 교통사고 상황 등을 자동으로 전자식 기억장치에 기록하는 기기다. 이를 통해 운전기사의 운전 습관, 방어운전 등 기본적인 안전운행 준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 등은 이 기록을 버스업체로부터 받아 분석, 운전자 및 버스업체 안전 교육에 나선다. 경기도에서도 2012~2013년 2년 동안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내 시내ㆍ시외ㆍ전세버스 등 3만 대에 운행기록계 설치를 지원했다.
그러나 도민의 혈세가 투입된 운행기록계가 버스업계의 뒷짐 속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이 버스 사고 방지를 위해 관련 기록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의무가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의 관리를 받는 시내ㆍ고속버스와 달리 운행에 따로 제약이 없는 전세버스 업계는 운행기록계 활용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교통안전공단에 운행기록계를 제출하지 않은 도내 전세버스는 총 3천859대로, 시내버스(16대)의 약 240배 수준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버스의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버스업계의 반발 속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도내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버스 운행시간이나 안전 관리는 버스업체의 자율이며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는 이를 침해하는 규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운행기록계가 실질적인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출 의무화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행기록계는 대형버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잘 활용한다면 교통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제출 등을 통해 수시로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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