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복지시설長 자리, 퇴직 관료 구제용인가

퇴직 관료들이 전문성과 무관하게 유관 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관피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천지역 퇴직 관료들이 관내 사회복지시설장(대표)으로 대거 재취업한 이른바 ‘복지 피아’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퇴직 관료들의 유관 기관·단체에 낙하산 투하를 막아 관피아를 뿌리 뽑겠다고 한 약속과 다짐이 무색하다. 해피아(해수부)·국피아(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에서 이뤄지는 악폐가 지방 관료 조직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거다.

인천지역 퇴직 관료들이 사회복지시설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은 18곳에 달한다. 노인복지시설 8곳·장애인복지시설 4곳·아동복지시설과 사회복지관 각각 2곳·한부모시설과 자활센터 각각 1곳씩이다. 인천경실련은 지난 4일 시 감사관실을 방문, 사회복지시설장으로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 18명에 대한 감사를 청구, 시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사회복지시설장에 재취업한 18명 중 2명은 공직자윤리법 등에 의한 재취업 전 사전심의조차 받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또 3명은 교육청과 경찰청 출신이다. 인천경실련의 감사청구는 시민단체의 퇴직 관료 사회복지시설장 재취업 현황 공개 요구를 인천시가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인천경실련이 청구한 감사 내용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절차 준수 여부·재취업을 위한 경과기간 준수 여부·퇴직연금 외 보수지원(이중급여)의 법적 타당성 여부·복지직렬 외 퇴직 공무원 재취업에 따른 전문성 결여 문제 등이다.

사회복지시설 현장에선 오래 전부터 퇴직 관료의 시설장 재취업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왔다. 행정기관의 감사 등에 대한 방패막이나 복지시설 예산을 따오는 로비스트라는 비판도 있다. 퇴직 관료들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시설장 자리 꿰차기가 당연시되고 있었던 거다.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복지사들이 20~30년을 근무해야 앉을 자리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퇴직 관료들이 시설장 자리를 꿰차니 일선 복지사들의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복지 부서에서 근무한 퇴직 공무원은 3년 이내 관내 복지시설 재취업에 제한을 받는 것과 달리 교육청이나 경찰청 출신들은 제한을 받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설장의 전문성이 떨어지니 시설운영 부실과 복지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퇴직 관료들의 시설장 낙하산 재취업은 공정경쟁 풍토를 해치는 악폐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감사결과 드러난 위법·탈법 사례를 공개하고, 즉시 시정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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