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의 기관 개혁, 더 없는 용두사미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시작 때의 구호는 거창했다.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주창했다. 24개에 달하는 기관의 수를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일부 공공기관을 경기 북부로 이전하겠다고도 했다. 기관 통폐합은 행정 효율성 극대화를, 기관 북부 이전은 남북 지역 간 균형개발을 고려한 로드맵으로 이해됐다. 이를 위한 용역도 발주됐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용역 결과대로 기관 정리가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진척이 없다. 되레 애초 계획에서 후퇴한다는 얘기만 전해지고 있다. 24개 기관을 12개로 줄이겠다던 계획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가 17개로 완화했다. 이어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21개를 남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결국, 12개를 줄인다던 계획이 3개를 줄이는 것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나마 해당 기관의 눈치를 보며 시행도 못 하고 있다. 예산 절감을 향한 도민의 박수가 목표 후퇴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북부 이전 무산 우려마저 나왔다. 본보가 취재해 보니 이 역시 흐지부지다. 9월 발표하겠다던 방안이 11월로 연기됐다. 도는 “시간을 갖고 연구를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용역 기관에서는 북부 이전 기관 용역을 다 마쳤다는 말이 나온다. 기관 통폐합에 대한 부담으로 북부 이전 추진도 미루려는 것이란 추측이 많다. 민선 6기 임기 중에 실현될지조차 불투명하다. 북부 주민의 실망이 불 보듯 하다.

흔히들 조직 개편을 개혁의 금과옥조처럼 말한다. 중앙 정부, 지방 정부 할 것 없이 출범과 함께 조직 개편안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조직 개편과 실제 효율성이 반드시 일치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경기도의 이번 산하기관 개혁도 그렇다. 통폐합이나 북부 이전을 두고 ‘옳다’ ‘그르다’를 단정 지을 순 없다. 우리도 경기도에 기관 통폐합을 밀어붙이라고 조언할 생각은 없다. 북부로의 기관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권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신뢰 있는 행정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추진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했다. 검토된 계획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성사시켰어야 했다.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1천300만 도민에 대한 약속 아닌가. 도민에 대한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게 도민에 본 보여야 할 도정의 기본 신뢰다. 그런데 이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축소하고, 연기하고 있다. 어쩌면 백지화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이런 도정을 누가 믿고 협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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