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박세리 발굴한 소년체전 존폐 논란

도교육청 “과열경쟁·부상 우려… 종목별 체육대회 전환을”
체육계 “꿈나무 육성 막아… 대한민국 스포츠 근간 흔들”

엘리트 학생 체육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양성하는데 크게 기여한 전국소년체전이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계는 어린 학생들이 냉혹한 승부 세계에 내몰리며 ‘1등 지상주의’에 빠지는데다 부상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체육계는 스포츠 꿈나무 발굴이 원천 차단된다며 존속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 등 전국 시도교육청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1972년에 시작돼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전국소년체전은 대한체육회의 주최로 매년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이 참가하는 전국 최대 규모 학생 체육대회다. 축구와 야구를 비롯해 농구, 수영, 골프 등 30여 개 종목에 참가 선수만 1만1천여 명에 달한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야구), 배드민턴 이용대, 골프여제 박세리, 레슬링 김현우 등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받은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모두 이 대회 출신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소년체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전국소년체전이 존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육감들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승부 경쟁에 내몰리면서 기술 위주의 연습에 매진하거나 부상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한 각 시도 교육감들은 소년체전 폐지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대한체육회와 교육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도 간 과열된 순위 경쟁을 일으키는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종목별 체육대회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교육계 입장에 대해 대한체육회와 일선 체육현장 관계자는 대한민국 스포츠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양 A초교 축구 감독은 “전국소년체전은 상징성을 갖는 대회로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스포츠 꿈나무의 등용문과도 같은 이 대회가 사라진다면 당장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추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전국소년체전이 폐지되면 선수 육성과 발굴이 어렵게 된다”면서 “과거 3년간 소년체전이 폐지됐을 당시에도 수많은 선수와 팀이 해체돼 어려움을 겪었던 전례가 있어 이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민훈·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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