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지하철역 ‘공기청정기’ 무용지물
지난 17일 오전 8시께 인천시 남동구 인천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 대합실에 있는 스탠드형 공기청정기에서 ‘필터교체’가 필요하다는 경고등이 쉴새없이 깜빡거린다. 필터 덮개를 열어보니 교체시점을 가늠 할 수 없을 만큼 필터는 시커먼 먼지로 뒤덮여 있다.
이 역엔 승강장까지 모두 11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중 7대의 공기청정기가 같은 상황이다. 130만원대 고가의 공기청정기가 사실상 송풍기로 전락했다.
비슷한 시각 부평삼거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합실·승강장 등의 공기청정기 8대 중 5대가 필터를 교체하지 않아 교체 알림이 번쩍이며, 바람만 내뿜고 있다. 특히 공기청정기에 붙어있는 점검표도 지난해 것이고, 필터교체나 성능점검 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청소근로자 A씨는 “(공기청정기가) 더럽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별다른 지침이 없어 따로 청소관리를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인천지하철1호선 대부분의 역에 설치된 공기청정기가 별도의 관리없이 그대로 방치돼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오히려 방치된 필터에 쌓인 세균 등이 시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3억원을 들여 1호선 29개 역사에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역마다 4~24개씩 총 234개의 공기청정기를 설치·운영 중이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필터교체 등 기본적인 관리나, 공기청정기의 정상·비정상 가동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홍규 인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공기청정기가 정화되지 않은 먼지투성이 공기만 내뿜어 설치 취지와 정반대로, 오히려 시민 건강만 해치고 있다”며 “필터에 쌓은 세균이 시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필터교체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공기질 향상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역사에 있는 공기청정기 관리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매일 점검을 통해 적시에 필터를 교체하는 등 실내 공기질 관리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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