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인권센터] “관행적 인권침해 개선”… 따뜻한 공동체 이끈다

민간인 전문가 시민인권보호관 임명
상담·조사·구제·교육 등 다양한 활동
공무원 임용시험 중 화장실 사용 제한
인사혁신처 제도 개선 약속도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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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열린 수원시 인권센터 개소식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청 로비에 전시된 인권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에서 시험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거나 응시자에게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응시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제도를 개선,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24일 이 같은 내용의 ‘공무원 임용필기시험 응시자의 화장실 사용 제한에 대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올해 안에 수험생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결정을 이끌어 낸 데에는 수원시 인권센터의 역할이 컸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지난 2015년 도내 30개 시ㆍ군 공무원 시험과정에서 응시생 일부가 ‘소변 봉투’를 사용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시험 감독관들은 경기도가 시달한 ‘시험감독관 근무요령’에 따라 응시자들의 화장실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화장실 사용을 요구할 경우 남녀 수험생 모두에게 시험장 뒤편에서 소변 봉투로 해결하도록 했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시험장 뒤편에서 용변을 보도록 한 시험 실시기관의 행위가 비인격적일 뿐 아니라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판단, 같은 해 7월14일 수원시를 상대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어 행자부와 인사혁신처에 제도개선을 요구했으나, 시험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1년여 만에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뿐만 아니라 인사혁신처의 제도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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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인권센터 개소 1년을 맞아 지난 5월 진행된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의 특강 모습

박동일 수원시 인권센터 시민인권보호관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인사혁신처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인권은 우리 사회의 기본규범이자 근본가치로 더 이상 시험의 공정성을 이유로 경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개소한 수원시 인권센터는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민간인 인권전문가 2명을 시민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하고 수원시와 시 소속 행정기관, 출자ㆍ출연기관, 사무위탁기관, 시의 지원을 받는 각종 복지시설 등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ㆍ차별에 대한 상담, 조사, 구제활동, 인권교육과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행정집행과정에서 관행적 인권침해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4월 영통구가 추진한 ‘소각용 쓰레기봉투 실명제’ 논란에 대해 △개인정보 노출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개선 △향후 정책수립 및 시행과정에서 시민들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해 사전 인권영향평가 실시 및 구체적 절차를 마련할 것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 ‘지방세 체납안내문 고지서’ 봉투 겉면에 지방세 체납사실을 기재, 체납자의 인권을 침해한 관행을 개선해 해당 문구를 삭제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기간제ㆍ단시간근로자ㆍ무기계약근로자들에 대한 규정에서 ‘사용’, ‘사용부서’ 등 인권 침해적 용어에 대한 개선을 요구,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수원시는 지난 2012년 10월 인권도시 수원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인권기본조례 제정, 인권위원회 구성, 인권센터 설치, 인권증진기본계획 수립 등 인권에 관한 규범 및 제도의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는 수원형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인권교육 내실화 등 인권제도에 담아낼 인권정책 등을 개발ㆍ실천하는 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인권은 지자체가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정책적 가치”라며 “자치단체장의 의지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힘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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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린 세계인권선언 67주년 기념행사에서 제2기 수원시 인권위원회 위원들이 염태영 수원시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관 이관주기자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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