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에 “민방위 훈련하나?”
공공기관도 시큰둥… 업무만 집중
19일 오후 2시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수원버스터미널. 갑작스레 사이렌이 울려 퍼지자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일부 승객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몇 시민들은 터미널 출구로 나가 잠시 밖을 살펴보긴 했지만 이내 갈 길을 갔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지진대피훈련을 알리는 어떠한 방송도 나오지 않았고, 안내 문구 또한 찾을 수 없었다.
행인 P씨(29ㆍ세류동)는 “사이렌이 울려 단순히 민방위 훈련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며 “경주 지진 때문에 지진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훈련 상황임을 알았다면 적극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성남 야탑역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었고, 인근 상인들 또한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나갔다.
화성의 한 은행도 평상시와 다름 없이 업무를 진행하는 등 전혀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매번 이러한 훈련이 있으면 방송으로 전달했는데 이번에는 사전에 인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훈련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안양 평촌사거리에서 5분간 교통 통제가 진행되자 일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고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남양주 일패동 한 사거리에서는 신호등이 정상 작동하면서 길을 가려던 운전자와 훈련 통제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구나 공공기관조차 지진대피훈련에 소홀한 모습이었다. 군포시청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는 직원 상당수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일부는 계속해서 업무에만 집중했다. 특히 야외가 아닌 대회의실로 피신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등 지진대피 매뉴얼에 맞지 않는 모습도 목격됐다. 부천시청도 청사 앞 분수대로 대피하는 훈련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직원이 사무실 자리를 지켰다.
화성 A초등학교에서는 형식적인 지진대피훈련이 진행됐다. 운동장으로 집결한 학생들은 이유도 모른 채 수다를 떨거나 학교 정문까지 나가 놀기에 바빴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산만해 교실에서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조차 힘들다”면서 “사실상 아이들에게 이 훈련을 왜 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훈련 시행을 주관한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진대비 행동요령을 명확히 숙지하고 지진대피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하고자 했으나 민간 참여가 저조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안내와 홍보를 통해 훈련을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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