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쇠파이프 이용 제작 동영상 넘쳐나
올 총기류 밀반입 208정… 갈수록 늘어
경찰 총기 관리·장비부실 또 도마위에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일어나 경찰 1명이 목숨을 잃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총기류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을 통해 10분이면 사제 총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도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경찰은 방탄조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인터넷의 한 검색 포털사이트에 ‘Homemade gun(홈메이드 건, 집에서 만드는 총)’이라고 입력하자 600만 개의 동영상이 검색됐다. 주로 제작 방법이나 직접 만든 총기의 성능 테스트를 하는 영상들이었다. 한 동영상을 클릭하자 쇠파이프와 라이터 만으로 2분 만에 사제 총기를 제작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특히 총기를 만드는 재료가 쇠파이프를 비롯해 나무, 플라스틱, 공기주입기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오패산터널에서 총격전을 벌인 S씨(45)가 사용한 나무와 쇠파이프로 만든 총기 제작 동영상도 있었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위력적인 무기를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총기 밀반입도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총기류는 올해 7월까지 208정에 달한다. 이는 2014년 170정, 지난해 180정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밀반입에 성공했거나 부품만 따로 들여와 조립한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제 국내에 들어온 총기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총기류 관리는커녕 일선 현장에서 총기 사용을 막아야 할 경찰들조차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933만여 명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기남부청이 보유한 방탄조끼는 모두 449개로, 이 가운데 314개는 간첩침투 및 긴급상황 시 작전용으로 이용된다.
나머지 135개는 관할 30개 경찰서에 각각 4~5개씩 지급됐다. 결과적으로 신고를 받고 초동 조치를 해야 하는 지구대ㆍ파출소에는 1벌씩만 돌아간 셈이다.
S씨의 총에 맞고 숨진 김창호 경위(54) 또한 파출소 직원으로 방탄조끼를 입지 못한 채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탄조끼가 많이 부족하지만 한 벌당 50만~60만 원씩 하는 고가다 보니 추가 구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총기를 비롯해 우범자에 대한 총체적 관리 부실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사회적 성향과 잘못된 인식을 지닌 자의 범행이지만 그만큼 총체적인 관리가 허술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경찰의 우범자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시간 대면접촉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만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S씨는 착용하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확인돼 전자발찌 관리 부실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내 전자발찌 착용자는 524명에 달한다.
권혁준ㆍ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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