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지 못해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청년들을 ‘해외 취업’을 미끼로 유인해 필리핀 등에서 일하게 하며 3조4천억원대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수년간 불법 도박 사이트 8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A씨(44) 등 16명을 구속하고, B씨(30) 등 1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8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도주한 총책 C씨(42) 등 16명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일본과 미국 등에 서버를 두고 축구·야구·농구 등 해외 각종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 8개를 개설해 회원 20만여명이 도박을 할 수 있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최소 5천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을 할 수 있게 했으며, 지난 3년6개월 동안 총 3조4천억원을 입금 받아 1천4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돈은 국내 인터넷 도박 범죄 적발 금액 중 가장 많다.
특히 인터넷 취업 알선 사이트에 ‘해외근무 가능, 월 200만원, 주 5일 근무, 고졸 이상’ 광고로 청년 실업자들을 모집한 뒤, “월 200만원을 주고 3개월마다 20만원씩 올려주며,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해 준다”고 유인해 범행에 가담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B씨 등 124명을 대상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직원교육장에서 근무방법과 도박 사이트에 대해 교육시킨 뒤, 필리핀에선 신고나 도주를 막으려고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감시하고 여권 등을 빼앗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범행에 가담했던 D씨(27)는 “처음에는 일반 회사에서 컴퓨터 서버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가게 됐는데, 현지에 도착해보니 불법 도박 사이트에 관한 일이었다”며 “어차피 한국에서 할 것도 없고 해서 일을 했는데, 일을 하면서 죄책감이 들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조직은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속여 범행에 가담시켰다”며 “도주한 일당과 1천만원 이상 고액을 배팅한 이용자 600여명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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