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초고령화사회_당신의 미래는 안녕하십니까] 4. 갈 길 먼 우리의 노인복지

그들의 뒷모습,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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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뒷모습이 무겁기만 하다. 100세 시대에 급증하는 노인 인구에 대비한 사회의 종합적인 안전망과 관심이 절실하다. 경기일보DB
경기도의 노인복지 시설이나 제도적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다. 

세계 1위의 스위스에서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던 공무원들에게 한국의 제도와 시설 등에 대해 묻자 ‘괜찮다’고 입을 모아 평가했었을 만큼 수준이 높다. 

하지만, 스위스와 프랑스 등과 비교했을 때 갈 길이 멀다. 노인복지가 가야 할 진정한 방향은 시설 등 물질적인 면과 함께 그 나라의 ‘국민성’, ‘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돌봐야 하는 것이 노인복지의 핵심이란 의미다. 이에 이번 편은 경기도 노인복지에 대한 전반을 소개하고, 현실에 대해 논한다.

■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와 제도

경기도가 노인 복지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약자 보호’ 다. 이는 경기도가 시행하는 제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 중 ‘노인 돌봄 서비스’ 제도가 눈에 띈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 복지의 공통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모두를 시설 수용을 통해 돌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택에서의 돌봄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는 노인 스스로 자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 역시 세계적 흐름에 편승해 이러한 제도를 갖췄다. 경기도가 시행하는 노인 돌봄은 △노인 돌봄 기본서비스 △독거노인 응급안전서비스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 △노인 돌봄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 사회관계 활성화 △독거노인 카네이션하우스 등 모두 6가지다.

 

우선 기본서비스는 독거노인에 대한 주기적 안전확인 및 지역 내 보건·복지서비스 연계를 통해 독거노인에 대한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현재 2만 9천874명의 노인을 상대로 파견된 생활관리사들이 주 1회 이상 방문, 주 2회 이상 통화를 통해 독거노인을 관리한다.

 

이어 응급안전서비스는 독거노인 댁내에 가스·화재·활동감지기 및 응급호출버튼 등을 설치, 독거노인이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하게끔 도움을 주는 제도다.

독거노인의 상시 관리가 힘든 탓에 상황 판단이 떨어지는 노인을 상대로 수시 교육을 하며 응급상황 시 대처할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현재 도내 1만2천267가구에 해당 제도를 운용 중이다.

 

종합서비스의 경우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기본서비스에서 한층 더 나아간 제도로 혼자 힘으로 생활 자체가 되지 않는 노인을 집중 돌보는 제도다. 이는 하루에 2시간씩 봉사자들이 방문, 식사·세면 도움, 옷 갈아입히기, 생필품 구매, 청소·세탁 등 사실상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도내 4천394명의 노인이 해당 제도로 도움받고 있다. 종합적인 서비스 이외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제도도 마련돼 있다. 단기가사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평소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노인일지라도 갑작스러운 수술이나 사고 등으로 일시적 생활이 불가능해 졌을 때 집중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다. 

앞서 제도들이 생활 보조에 도움을 준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소개될 제도는 노인 사회성 형성을 위한 제도다. 사회관계활성화(친구 만들기)가 바로 그것으로, 홀로 떨어져 지내는 노인들이 고독사나 우울증 등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은 것에 대해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다 친구를 맺게 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회복지사가 배치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또 카네이션하우스 제도도 이와 목적이 같다. 여러 곳에 흩어져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노인정이나 마을 회관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해 친분을 쉽게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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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뒷모습이 무겁기만 하다. 100세 시대에 급증하는 노인 인구에 대비한 사회의 종합적인 안전망과 관심이 절실하다. 경기일보DB

여기에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구제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노인종합상담 및 학대 예방이 그것이다. 

우선 수원에 노인종합상담센터를 설치, 운영을 통해 노인 우울, 자살, 학대, 치매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에게 전반적인 심리적 안정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 노인복지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 이외 각 시·군 별로 노인상담센터를 운영, 노년의 힘듦을 현장에서 귀 기울이고 있다. 

특히 권리 침해에서 소극적인 노인을 위해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인보호전문기관도 설치, 운영 중이다. 학대를 받는 노인을 찾거나 학대 의심정황이 있다면 현장조사를 직접 시행한다. 별도로 사례판정위원회 설치·운영 및 자체사례회의 운영은 물론 체계적 노인학대 상담통계 및 사례관리를 통해 지역사회의 자원개발, 관련기관 협력체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인

각종 제도와 시설들이 선진국 수준으로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

 

계속해 발생하는 고독사나 노인 상대의 각종 사기 행각들이 만연해 있을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은 여간 고달픈 게 아니다. 최근 성남시 신흥동에서 만난 L씨(73)의 삶이 그렇다. L씨는 흔히들 말하는 쪽방촌과 같은 3.3㎡ 남짓한 방 안에서 해마다 전기장판과 두꺼운 이불로 겨울을 버텨냈다. 

L씨를 만났던 방안과 바깥의 온도 차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햇빛이 들지 않아 서늘함 마저 느껴졌다. L씨에게 따뜻한 물 한 모금은 사치일 뿐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탓에 L씨에게 매달 주어지는 돈은 대략 50만 원 선이지만 월세 15만 원에 각종 식비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없다. 

현장에서 만난 L씨는 “때 되면 여러 기관 봉사자들이 나와 우리에게 관심을 두고 각종 생필품을 전달해 준다”면서도 “그러나 물질적 지원보다 나 같은 노인이 홀로 생활하는데 사회는 버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관심뿐 아니라 노인이 스스로 살 수 있게끔 하는 사회적 인식이 인색하다는 의미다.

 

L씨와 같은 노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는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젊은 층들은 자신들의 삶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버거운 현실에 L씨와 같은 노인을 챙기려는 행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L씨 등에게 써야 할 다양한 노인복지금의 재원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마 한정된 예산을 무작정 주자니 ‘다른 곳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걱정할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인복지에 대한 인식을 ‘나의 일’이라고 깨닫고 제대로 된 관심이 있는 식의 전반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노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막연하게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기보다 결국 우리가 모두 겪을 미래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사각지대에서 노인이 고독사나 여기저기에 방치된다는 것 자체를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들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치권에서 노인복지를 두고 정치 논리로 이용한 측면도 있었다”며 “노인복지의 과정은 정치권에서 풀어줄 수밖에 없다. 표에 의한 복지논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한다는 경건함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 도출에 애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오기자

사진=오승현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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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고민하는 어르신 기자단

경기도의 노인복지시설은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수준이 높지만, 이런 물질적 인프라 측면뿐만 아닌 국민성과 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로 진정한 사회복지 실현이 절실하다. 수원 광교노인복지관(관장 이동훈)에서 광교IT기자단 노인들이 취재 아이템 회의를 하고 있다. 이 관장은 “광교노인복지관은 기존 노인복지시설의 노인 보호 및 관리 차원의 기능을 넘어선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후 노년층에 대거 흡수될 때를 대비한다”며 “전문직 종사후 은퇴한 노인(은퇴 전문가)들에게 소비로서의 복지가 아닌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복지로서 재생산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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