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병원도 이미지와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요소요소 설치된 대형 간판의 대부분이 병원의 홍보내용으로 채워지고 눈길이 닿는 버스, 택시의 옆면엔 어김없이 병원의 홍보물이 붙어 있습니다.
병원 홍보물이 어찌나 많아졌는지, 병원장과 알고 지내는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역사나 열차 내의 홍보사업에 병원들이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병원홍보로 인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은 ‘진료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던 필자도 병원 간의 경쟁이 한계상황에 다다른 최근 몇 년 동안, 병원의 이미지와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병원홍보에 나름 심혈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습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병원과 거래를 하는 한 시중은행 지점장이 심각한 얼굴로 병원장실에 찾아와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우리 병원이 지금까지는 인성의료재단의 이니셜을 따서 ‘IS XX병원’이란 이름을 사용했는데, 병원이름에서 IS를 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중동의 IS가 참수, 화형 등 상식을 벗어난 극악무도함을 떨치고 있던 시기인지라 병원의 이미지 손상이 너무 심하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병원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IS란 이름은 우리가 원조라는 생각에 괜한 고집도 생겨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며칠을 망설이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지점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구에 따라 과감히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단 이름을 바꾸더라도 어떻게든 ‘인성(仁星)’의 의미는 살려보자, 소리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뜻으로라도 표현하자는 생각을 갖고, 새로운 이름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이름이 인성(仁星)의 이니셜인 IS 대신 인성(仁星)의 의미인 ‘좋은 꿈’이었습니다.
“좋은 꿈 XX 병원…?”
바뀐 이름에 대해 의아해하는 지점장에게는 다음과 같은 글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 시대에는 온갖 인공불빛으로 밤하늘이 너무 밝아져서 별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옛날 쏟아질 듯 별빛이 반짝이고 일렁이는 은하수가 흐르던 고대시대 별은 누군가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 천상에 머무는 거라 믿었지요.
그래서 고대 인간의 관점에서 별은 슬픔이었습니다. 별은 가까운 조상 또는 친구, 영웅의 혼백, 아스라이 멀어져 간 이에 대한 닿을 수 없는 그리움. 모든 죽어 간 사람들의 영혼. 그래서 슬픔이었던 거죠.
그러나 그 슬픔 앞에 어질 ‘인’(仁)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별은 더는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어진 마음은 모든 죽어가는 것과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품어 안고 그리움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슬픔을 모든 죽어가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지요.
인성의료재단의 ‘인성(仁星)’은 모든 죽어가는 것에 대한 사랑. 그래서 ‘좋은 꿈’입니다.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 ‘좋은 꿈’이라고 해석을 하면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정영호 한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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