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고(故) 최태민 씨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는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의 본국 보고 사실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최씨가 ‘정체불명의 인물’이며 반대집단들이 그를 ‘점쟁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초자연적 힘 ‘샤머니즘’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샤머니즘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샤머니즘이 뭔가. 사전적 의미는 ‘트랜스와 같은 이상심리상태에서 초자연적 존재(신령, 정령, 사령 등)와 직접 접촉ㆍ교류하고, 이 사이에 예언, 탁선, 복점, 치병, 제의 등을 행하는 인물(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주술ㆍ종교적 형태’다. 외신을 그대로 옮기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원시적 비과학적 주술ㆍ종교에 사로잡혀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도를 접한 국민이 받은 충격이 크다. 세계 앞에 느끼는 부끄러움도 크다.
청와대는 펄쩍 뛰었다. 정연국 대변인은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겠다”는 말로 해명을 갈음했다. 물론 그의 해명이 진실과 같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은 청와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최순실을 모른다”던 경제수석의 말도 거짓이었고, “봉건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던 비서실장의 말도 거짓이었다. 대변인 한 사람의 “어이없다”는 말로 국내외 퍼져 있는 사교논란이 사그라질 리 없다. 모든 사교 논란이 밝혀져야 한다.
지금 일고 있는 국민적 분노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실정법을 위반한 국정 농단이다. 청와대 정보 유출, 부당한 인사 개입 등이 여기 해당한다. 나머지 하나는 실정법 외적 영역이다. 실정법 울타리를 벗어나 국민이 실망하는 부분이다. 바로 여기에 종교적 스캔들이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취임식 오방주머니부터 세월호 의혹까지 수많은 의혹이 종교를 매개로 이어져 있다. 이 두 부분 모두를 수사해야 하는 것이 검찰의 책임이다.
연설문 몇 장 유출을 처벌하고 끝내면 안 된다. 인사개입 몇 건 처벌하는 선에서 끝내서도 안 된다.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것은 사교 논란이다. 혹여라도 ‘종교 문제는 수사 대상 아니다’라는 말로 정리할 요량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게 맞다.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출발은 사교다. 국민적 분노의 핵심도 사교다. ‘샤머니즘 정치’라는 외신의 치욕을 당한 것도 사교다. 이 사교 논란을 빼놓고는 수사라고 할 수 없다. 종교 전담 검사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 종교계 자문을 듣는 방법도 있다. 아가동산 살인 사건ㆍ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 등 사교를 수사했던 검찰의 역사도 숱하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 신뢰를 되살리는 길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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