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진보하는데, 왜 우린 점점 바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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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메일이 있습니다.”, “본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결제 방법을 선택하십시오.”

 

누구나 자주 보는 문구들이다. 읽지 않은 메일을 확인하던 중 원치 않은 스팸 메일을 지우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다가 공인 인증서의 벽에 가로막혀 몇 단계를 다시 거치는 등 현대인은 늘 바쁘다. 정보 홍수에 둘러싸여 자신도 모르게 많은 ‘잡일’에 시달리고 있다.

셀프 시대답게 주유도, 가구 조립도, 최저가 검색도, 다 마신 음료잔을 치우는 것까지 일상에서 너무 많은 역할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는 1981년 이처럼 임금에 기초한 경제에서 보수 없이 행하는 비생산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칭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는 이 개념을 응용해 현대인들의 그림자 노동 현상과 그 이면을 분석했다. 책 <그림자 노동의 역습>(민음사 刊)이 그 결과물이다.

 

그는 정보 혁명과 자동화가 진전되고 있는 현재도 그림자 노동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와 관련 저자는 사람들의 여유 시간이 사소한 일들에 점령당하는 순간을 포착해 제시한다.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직접 다운로드받아야 하는 제품 사용 설명서,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학습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갈수록 복잡하게 바꿔야 하는 비밀번호 등이 그 예다. 독자와 멀리 있지 않은, 일상들이다.

 

저자는 또 그림자 노동이 증가하는 이면에는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있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회사가 직원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기술이 사람에게 전가하는 그림자 노동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할 일이 늘어나면서 공동체 해체를 야기하는 부정적 측면을 꼬집는다.

 

궁극적으로는 저자는 늘어나는 그림자 노동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 ‘선택의 문제’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값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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