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안에 있는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인천시가 ‘문화는 시민의 행복’이라며 3백만 시민행복을 위한 문화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성시 인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날 인천문화주권 발표의 백미는 바로 시립미술관 건립과 남구 용현·학익지구에 조성하는 뮤지엄파크 계획이었다.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무성하던 인천시립미술관을 건립하는 한편, 박물관 이전을 통해 동양화학공장 부지에 시민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문화시설 집적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7년 타당성 용역과 2018년 기본 실시 설계, 2019년 착공의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인천뮤지엄파크’는 2022년에 탄생할 예정이다.
화가의 한 사람으로서, 공공미술관이 없다는 것은 연극 배우에게 무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술인들에게 미술관이 중요한 생존 기반 시설임을 생각할 때, 그동안 인천의 미술인들은 기본적인 시설 하나 없이 고군분투해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시립미술관은 미술인들을 위한 곳만은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지역 미술사 정리 및 시민 교육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제교류를 위해서라도 시립미술관은 꼭 필요하다. 사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문제는 1980년대 이전부터 인천문화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던 숙원 사업이었다.
민선 5기 정부 시절, 꽤 여러 차례 추진회의를 열어 빚을 보는듯 했으나 토지 보상 문제로 백지화되면서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뤄지다가, 6기 집행부에 이르러서야 용현·학익지구로 최종 확정됐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천의 문화 현안들을 논의하고 큰 틀에서 합의해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시립미술관 건립은 미술관의 성격과 정체성, 콘텐츠 등을 제대로 규정하고 채워넣기 위해 민관거버넌스 체계로 추진된다고 하니 더욱 반갑다.
미술관이 들어서면 인천의 인상을 상당 부분 좌우했던 동양화학공장의 연기 자욱한 풍경도 옛말이 될 테다. 온천 지대도 아니면서 유황 냄새 비슷한 악취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내게는 동양화학 공장 지대가 복합문화시설로 바뀐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인천에 살면서 공장이 내뿜는 냄새로 수십 년 동안 불편을 겪다가 뒤늦게나마 그곳이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한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환경 문제로 고생하면서도 인천에서 버티고 살아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마저 든다.
인구 300만 시대와 도시규모에 걸맞은 공공문화기반시설이 이제야 들어서는 것에 대한 회한이 왜 없겠느냐마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친김에 인천시립미술관이 들어선 이후에 부평권과 인천 서북권 등 지역별 분관까지도 만들어지는 것까지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비록 전국 광역시 중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시립미술관이지만 인천 시민들의 바람을 모아 인천의 특징과 문화 역량이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으로 지어지길 기대하며,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함께 해나가고 싶다.
최병국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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