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시뮬레이션 기법 도입 허술한 현장관리 인한 참사 증명
“첨단장비 보다 고충해결 지원 절실”
14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사고였음에도 현장 관리자들은 “관리를 제대로 했다”고 거짓 진술과 서류 조작까지 벌이며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것을, ‘시뮬레이션 증명 기법’을 처음 도입해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서다.
현재의 과학수사는 사건·사고가 발생 시 보존 현장의 내부 ‘분석’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당시 사고는 폭발로 현장 분석이 불가능했다.
이에 경찰은 1/10 크기의 모델하우스를 만들고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허술한 현장관리가 불러온 참사임을 ‘증명’해낸 것이다. 임경호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남양주 사고처럼 과학수사는 사건·사고를 조작, 은폐하려는 이들과 벌이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4일 과학수사의 날을 맞아 그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경찰은 매일 죽은 이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화재현장의 잿더미를 맛보는 등 자신의 건강은 뒷전으로 한 채 일해야 하는 고충을 겪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2일 오후 1시께 파주시 금촌동의 한 마트는 간밤에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안에는 잿더미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잠깐 안을 둘러본 기자의 콧속은 손만 댄 것뿐인데 새까만 검은 분진이 묻어났고, 지하로 내려가려는 순간 밟은 바닥이 갑자기 부서져 넘어질 뻔했을 정도로 현장 상황은 무척 열악했다. 악조건에서 과학수사대원들은 화재 원인, 발화지점 등을 찾고자 곳곳을 유심히 살폈다.
이들은 마스크를 벗어 검은 분진을 맛보고 냄새 맡는 일도 서슴지 않을 만큼 꼼꼼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대원은 65명, 이들은 경기 북부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20건에 달하는 화재, 변사(죽은 이), 절도 등이 발행하는데 24시간 현장을 지켜야 한다.
숨 가쁜 사고 현장에서 대원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고충은 크다. 지난해에는 경기북부청의 한 대원이 녹슨 대못을 밟아 파상풍을 앓았으며 다른 대원은 잦은 화재현장 감식으로 호흡기 질환을 호소, 타 부서로 전출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업무 과다로 대원들이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데다 비용 지원까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첨단 장비 도입도 중요하지만, 실제 겪는 고충을 해결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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