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6%가 5층 이상에 입주
비상계단도 적치물에 가로 막혀
건물 층수 법적기준 보완 필요
현행법상 건물 층수에 제한 없이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 상당수가 고층에 들어서면서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대부분인 시설에서 신속한 대피가 사실상 불가능,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S 빌딩. 이 건물은 지난 2일 오후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상가 입주민 등 1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곳이다. 이날 화재는 10여 분만에 진화되면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상 10층의 S 빌딩 8층에는 H 노인요양시설이 있었고, 이곳에 있던 노인과 직원들은 시설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불길이 번졌으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 건물을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3개 중 1개는 아예 운행이 되지 않았다. 또 비상시 이용해야 할 비상계단은 층마다 적치물이 쌓여 있어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특히 건물 5층 비상계단은 못이 박힌 채 널브러져 있는 2m 길이의 나무판자 수십 개를 비롯해 장판, 페인트통 등이 통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용인시 구갈로에 위치한 A 빌딩 10층에도 B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이곳도 재난 상황 시 대피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중증 노인들이 주로 입원한 이곳 시설에는 대부분 노인이 베드에 누운 채 생활했으나 화재가 발생하면 협소한 엘리베이터 때문에 즉각적인 대피가 불가능했다.
더욱이 건물 꼭대기인 10층에 위치, 비상계단을 활용해 이들 노인을 1층까지 옮기는 것 또한 쉽지 않아 화재 발생 때 인명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노인요양시설은 도내 1천51곳(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가운데 5층 이상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시설은 4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노인요양시설의 2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고층에 자리하는 요양시설이 최근 들어 늘고 있지만, 층수를 제한하는 대책은 사실상 전무해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도 관계자는 “노인요양시설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정작 입주하는 층수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라며 “일선 지자체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을 점검하고 있으나 제도 보완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규 사업자를 대상으로 강화된 법을 적용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내부적으로 층수와 관련된 논의는 계속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