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창고나 전시장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사람이 지나다닐 수가 없어요. 사고나면 어쩌려고 단속도 제대로 하지 않는지….”
6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남구 학익동의 한 길가. 1m 남짓한 비좁은 인도에 냉장고와 영업용 싱크대, 에어컨 실외기 등 각종 중고 가전제품이 가득 쌓여있다. 가전제품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2m 높이로 쌓여있어 마치 큰 담벼락 옆을 지나가는 듯 하다.
여러명의 고등학생들이 이 길을 걷다가 가전 때문에 길이 좁아지자, 몇몇은 찻길로 내려가 길을 걸었다. 그러자 곧바로 차도를 달리던 한 트럭이 ‘빵~~~’하며 경음기를 울렸고, 학생들은 깜짝 놀라 다시 인도위로 올라왔다. 특히 이곳은 터널 위를 지나는 1차선 일방도로라 이처럼 사람이 갑자기 인도위로 나오면 차량이 피할 공간이 없어 사고위험이 매우 높다.
같은 시각 연수구 연수동의 한 중고가전제품 매장 앞도 마찬가지. 세탁기와 김치냉장고 등 십여개가 인도에 쌓여있다. 고작 폭이 1.5m 밖에 안 되는 곳에 가전제품이 1m 가까이 인도를 차지해,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이를 피해 길을 지난다. 당연히 서로 오가지도 못한다.
계양구 계산동의 또다른 중고가전제품가게는 아예 세탁기 십여대를 인도 위에 아무렇지 않게 전시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옆 오토바이 가게도 오토바이 십여대를 인도 위에 올려놓아,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이 인근 요양병원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왔지만, 이 인도 위를 지나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차로로 나가기도 한다.
인천시내 곳곳에 있는 중고가전제품 판매장 등의 인도 불법 점용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주민들은 통행권 확보를 위해서는 단속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등에 민원을 내지만, 수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주민 A씨(42)는 “몇년을 봐왔지만, (중고 냉장고 등) 물건을 치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인도인 만큼 먼저 사람이 잘 지나다닐 수 있도록 단속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만 지도에 나서고 있다.”며 “조만간 지역 내 이 같은 문제가 있는 곳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계도 및 과태료 부과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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