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르스 사태’의 확산에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안 문화’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병문안 문화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안전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가 관내 종합병원과 손잡고 병문안 문화 개선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같은 관행이 개선될 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3시께 수원 성빈센트병원은 평일 오후임에도 병문안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병원 현관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음에도 이를 이용하는 방문객은 극히 드물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평일 문병 시간을 ‘오후 6시~8시’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양손에 주스나 과일 등을 가득 들고 온 사람들은 병동행 엘리베이터에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그렇다고 이들을 제지하는 직원은 따로 없었다.
같은 시간 아주대학교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교복을 입은 예닐곱 명의 학생들은 하교 후 입원해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단체로 병동에 올라갔다. 면회시간 제한 안내문을 본 방문객들조차 이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병원 한 관계자는 “병문안 시간을 제한해 놓고는 있지만 병원에 온 방문객들을 면회시간이 아니라고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를 발표했다. 지인이 입원하면 꽃이나 음식 등 선물을 들고 병문안을 가는 등의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를 키웠다고 판단,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권고에는 ‘평일ㆍ주말 병문안 시간 준수’, ‘단체 방문 제한’, ‘임산부ㆍ노약자 병문안 자제’ 등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이 권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가 지난 3일 지역 내 4개 병원(성빈센트병원, 아주대병원, 동수원병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과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병원들은 ▲권고안 적극 실천 ▲병문안 문화 개선 활동 ▲감염예방수칙 준수 등에 나서게 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대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에 올바른 병문안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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