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대학교수 사회를 봐도 우리나라만큼 교수가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은 곳도 드물다. 교수직을 발판 삼아 정치에 나서는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부지기수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영어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를 합한 조어(造語)다.
흔히 ‘정치교수’로 불리는데 그리 좋은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교수의 직위를 이용해 정치권에 진출하려 하거나 진출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만큼 부정적인 의미가 더 크다.
폴리페서의 목표는 권력이다. 각 대선후보 캠프에 교수들이 몰리는 것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공공기관 등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이것이 아니더라도 연구용역, 연구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폴리페서들은 대학사회를 어지럽히고 정치를 타락시킨다.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학교수 출신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폴리페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6일 검찰에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국 금지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이다. 차은택 사람으로 알려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각각 홍익대와 숙명여대 교수 출신이다.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도 연세대 교수다.
이 가운데 안 전 수석은 지난달 31일 성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 이전인 27일 성대엔 ‘학교는 안종범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여기엔 “더 이상 학교와 경제대학의 명예가 짓밟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한양대 교수였던 김 전 차관은 사표를 내지 않아 다시 학교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은 ‘국정 망친 폴리페서는 대학복귀 절대 불가’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의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SNS에 “교수시절 수업보다 딸랑딸랑 거리며 대외 인맥 쌓기에만 치중해 별명이 ‘벨(bell) 킴’이었을 정도였다”며 복귀를 반대했다.
폴리페서의 폐해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예비주자들의 진영에는 벌써부터 줄을 서는 교수들이 엄청 많다. 학교와 정치판에 동시에 적을 뒀다가 불리하면 회귀하는 폴리페서들의 양다리 걸치기는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국정을 망치고 비리를 저지른 교수가 대학으로 돌아가는 폐단을 막을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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