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형뽑기 기계’ 거리점령

관리사각 틈타 ‘외부 설치’ 사행심 조장
청소년 이용에도 낯 뜨거운 성인용품까지
기계에 갇히는 사고도 속출 ‘단속 시급’

▲ 9일 계양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하교 중이던 학생들이 걸음을 멈추고 인형뽑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한 번에 5천원~1만원 정도는 금방 써요. 유행이기도 하고 길가에서 쉽게 보이니 자주 하게 되죠.”

 

9일 오후 4시께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의 한 먹자골목. 길을 따라 각종 음식점이 늘어선 가운데, 한집 걸러마다 인형 뽑기 기계가 설치돼 있다. 최근 상인들 사이에서 “인형 뽑기 기계가 짭짤한 수입원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설치했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 앞에 설치된 한 기계에는 유명 캐릭터 인형이 한가득 전시돼 있고, 하교 중이던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춘 채 인형 뽑기에 열중한다. 10분 사이 1만원이 넘는 돈을 넣어보지만, 생각처럼 인형이 뽑히지 않는다. 결국, 학생들은 돈만 날린 채 욕설을 하며 돌아섰다.

 

이 같은 인형 뽑기 기계는 주변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과 한의원, 부동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 거리에만 인형을 들어 올려 정해진 공간에 떨어뜨리는 크레인형 기계와 봉을 이용해 물건을 밀어 떨어뜨리는 푸쉬형 기계 등 다양한 종류의 기계가 수십대에 이른다.

 

같은 시각 부평구 로데오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양한 종류의 인형 및 경품 뽑기 기계가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다. 더욱이 이들 일부 기계에는 성인용품까지 버젓이 경품으로 올라와 전시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뽑기 기계가 상가 앞 길가에 놓여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안전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에는 20대 여성이 서구의 한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갔다가 119의 도움으로 구조됐고, 이틀 뒤 계양구에서 10대 소년이 기계에 갇히기도 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들어선 인형 뽑기 기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이 같은 음식점, 편의점 등 일반 소매업소 외부에 설치된 인형 뽑기 기계는 모두 불법이다. 사행성 조장 등을 막으려고 건물 내부에만 최대 2개까지 설치토록 규정되어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경쟁하듯 들어선 불법 뽑기 기계가 보행·미관을 해침은 물론, 청소년 등의 사행성만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사행성 조장 문제 등 교육적인 요소와 안전사고 위험 있는 것 사실이다. 각 지자체·경찰에 단속을 독려하겠다.”며 “적발 시 즉각 수거와 폐기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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