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파·XX파… 어깨 힘주던 조폭 알고보니 배고파

영화와는 다른 조직폭력배의 세계
외제차 아닌 트럭 운전하며 생계 유지
의리에 살고 죽는 모습 현실과 달라
나이들수록 돈에 허덕여 ‘궁핍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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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기만 했던 조직폭력배 생활, 이제는 진짜 손 털렵니다.”

 

전국 최대 폭력 조직인 ‘통합 범서방파’ 출신인 A씨(구속)는 최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히고서 형사 앞에서 참회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 2008년 통합 결성된 범서방파는 2011년쯤부터 시작된 서울지방청의 집중수사와 2013년 두목 김태촌의 죽음 등이 겹치며 조직 활동이 사실상 와해했는데, 이 영향이 A씨를 포함한 모든 조직원들의 삶을 강타하면서 지난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당장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A씨는 최근까지 인천의 한 음식점 주방요리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식들을 위해 A씨 아내도 여러 식당의 종업원으로 전전하며 돈을 벌어야만 했다. 

또 다른 통합 범서방파 조폭 B씨(불구속)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150만~200만 원의 월급을 주는 한 가구점에서 트럭 배달 사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의리’로 똘똘 뭉쳐 고급 외제차를 끌고 각종 대형 유흥주점을 운영하며 부당한 돈을 긁어모을 것이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화려한 조폭의 모습은 그저 영화 속 이야기다. 다가오는 겨울철 난방비 걱정에 밤잠을 뒤척이는 등 ‘돈’에 쫓겨 다니는 것이 이 시대 생계형 조폭의 삶의 모습이다.

 

9일 경기북부청에 따르면 조폭 81명을 검거, 통합 범서방파를 일망타진한 사건(본보 9일 자 6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말단 조폭의 삶은 기구하기까지 하다. 통합 범서방파가 벌인 것으로 유명한 2009년 전북 김제 교회 신도 폭행, 2012년 1월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전재용 씨와의 분쟁에 동원된 용인 수지 건설현장 등 일선에 동원되는 말단 조폭의 일당은 20만 원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일감이 없으면 수중에 들어올 돈이 없으니 일감을 찾아 다녀야만 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특히 통합 범서방파는 전재용 씨로부터 수표로 20억 원을 뜯었다고 알려졌으나 철저한 피라미드 상하구조의 조직 성격상 돈의 대부분을 윗선 몇몇이 가로챘던 탓에 결국 당시 대다수 조폭에게 떨어진 인센티브는 ‘0’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고픈 조폭은 더는 10대 비행청소년들의 선망이 아니다. 전국 최대라던 통합 범서방파였지만 최근 6~7년 동안 신입 조폭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에 조직 막내가 30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청 광수대 관계자는 “조폭들은 벌어들인 돈이 없어 당장 40대만 넘어가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산다. 

50대에 접어들면 사정이 더욱 안 좋아져 일부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영화에서나 의리를 찾을 뿐, 모든 조폭의 삶은 돈에 허덕여 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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