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바뀐 뒤 투자 감소로 명가에서 하위권으로 전락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전통의 명가’인 수원 삼성에게 2016년은 악몽같은 시즌이었다.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하위권으로 추락해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1996년부터 K리그에 합류한 수원은 모기업 삼성전자의 든든한 후원과 효율적인 팀관리 속에 데뷔 첫 해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꾸준한 투자를 통해 정규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3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 등 각종 컵대회와 국제대회를 포함해 22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려 K리그 최고의 명문팀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수원의 명성은 무색했다. 수원은 지난 6일 끝난 정규리그에서 승점 48(10승18무10패)로 7위에 그쳤다. 외형상으로는 전체 12개 팀 중 중위권의 무난한 성적표로 보이지만 실상은 낙제에 가까운 성적이다.
ACL과 K리그를 병행한 수원은 시즌 초반 9경기에서 고작 1승(6무2패)을 거두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인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시즌 내내 중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상ㆍ하위 스플릿시스템이 도입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부진은 이어져 시즌 막판까지 강등을 걱정하는 벼랑 끝 위기에 놓였지만 막판 ‘꼴찌’ 수원FC와 11위 인천을 각각 3대2로 꺾고 극적으로 회생, 마지막 자존심을 겨우 지켜냈다. 올 시즌 치른 38경기에서 수원이 거둔 승리는 고작 10승으로, 12개 구단 중 챌린지(2부)로 강등된 ‘클래식 막내’ 수원FC와 함께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수원의 추락에는 지난 2014년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이후 긴축재정에 따른 투자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타 구단이 부러워 하던 ‘부자구단’ 수원은 3년동안 약 15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었고,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정성룡, 오범석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을 떠나 보내며 몸집을 줄였다. 자연적으로 선수 영입에도 제약이 따랐다. 팀에 적합한 선수를 특정하고도 제대로 된 베팅 한 번 하지 못한 채 경쟁팀에 뺏기기 일쑤였다.
또한 수원의 추락에는 자금부족으로 인한 외국인선수 영입 실패도 한 몫했다. 올 시즌 수원은 자금 수준에 맞춰 이고르와 카스탈렌을 영입했지만 이고르는 2경기, 카스탈렌은 3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명가’ 수원의 몰락은 역시 모기업이 바뀐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과 더불어 프로스포츠에 있어 투자가 얼마나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 뼈아픈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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