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전자ㆍ마사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삼성이 최순실 딸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의 압수수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은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지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돈도 뺏기고 뺨도 맞는 격’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만도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53개 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출연받은 것 외에 청년희망펀드(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210억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할당 등 다양한 준조세가 있었다.
정권 때마다 비슷한 재단 설립과 이런저런 명목으로 뜯기는 준조세가 한해 20조원에 달한다. 대기업 돈은 마치 정권의 돈이라도 되는 양 수시로 손을 벌렸다. 그러다 무슨 문제가 터지면 기업들은 돈을 건넸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왔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돈을 바쳐야 하는 이런 나라에서 기업하기란 쉽지 않다. 투자를 통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몰두해야 할 기업들이 엉뚱한 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정경유착 망령의 부활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권 탓만 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 기업들도 반대 급부를 챙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사면·수사·경영권 승계 등 민감한 이슈들이 걸려있는 시기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놓아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이 걸려있던 SK그룹은 K스포츠재단 측에 비인기 종목 지원을 위해 80억원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거절한 뒤 30억원 지원을 역제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있었던 롯데그룹은 비자금 수사 직전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았다. 삼성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걸려있다.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도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내 대가성 의혹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 3달 전 대기업 총수 7명과 연쇄 개별면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모금을 직접 독려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 기업들은 침묵하거나 숨겨선 안된다. 진상을 밝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력에 더 이상 돈을 뜯기지 않고 올바로 기업을 운영하려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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