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감독관 싫다” 진단서 떼는 선생님들

고된 일정에 정신적 부담 커… 너도나도 기피
인원 부족으로 기간제·중학교 교사까지 동원

경기도내 상당수 교사들이 병원진단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오는 17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교사를 기피하고 있다. 

이들은 수능 당일 체력적인 부담과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 감독관 자리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도교육청은 수능 당일 시험장마다 수험생들의 시험을 감독할 감독교사를 편성하라는 공문을 수원과 성남, 의정부 등 19개 시험지구에 보냈다.

각 시험지구는 관할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장이 시험감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문에 따라 학교장은 특별한 병이 있거나 아픈 경우, 자녀가 고3 수험생인 경우, 저경력자인 경우 등 혹시 모를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자 일부 교사들을 수능시험감독관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이에 고교 교사들로는 인원이 부족해 기간제 교사는 물론 중학교 교사들도 시험감독관으로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감독교사로 동원된 인원은 도내에서만 총 3만여 명으로, 이들은 시험이 치러지는 295개교에 분산 배치된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감독교사로 배치될 경우 시험장에서 5시간 넘게 꼬박 서 있어야 하는 마라톤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다 수험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압박감 등에 병원진단서까지 제출, 감독교사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수원 A 중학교는 교직원 76명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40명의 교사가 병원진단서를 제출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사 B씨(29·여)는 “하루종일 서 있고 부담감도 큰 데, 누가 수능시험 감독관에 지원하겠냐”며 “시험이 치러지는 교실에서 무의식 중에 기침 소리라도 낼 때면 바로 민원의 소지로 작용해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수원 C 고교도 마찬가지로 시험지구로부터 공문이 내려오자마자 병원진단서를 제출하는 교사가 줄을 이었다. 해당 학교는 전체 교직원의 24%가 진단서를 제출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수능시험감독관을 안 하려고 한다”며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연달아 서 있는 것도 모자라 수험생들의 많은 요구에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용인과 안양, 안산 등 도내 상당수 지역들도 교육행정직을 제외하고 대부분 교사가 감독관으로 동원되는 상황이지만 일부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내세워 감독교사 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반 시험과 달리 힘든 여건에서 감독을 보는 교사들의 고충에 대해선 동감한다”면서 “수능시험감독관의 환경 등이 개선돼야 하지만 사실상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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