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 1부지사를 부른다고 했다. K컬처밸리 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 자격이다. 박 전 부지사로부터 K컬처밸리 사업의 전모를 듣기 위해서다. 박 전 부지사는 이 사업을 청와대로부터 직접 제안받은 당사자다. 부지 임대 방법, 사업자 선정 등 행정적 업무를 총괄했다. 특위로서는 사업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증인이라 판단한 듯하다. ‘안 나오면 남경필 지사를 물고 늘어지겠다’며 으름장도 내비쳤다. ▶박 전 부지사의 공식 입장은 ‘고민해 보겠다’다. “(도의회로부터) 공식적인 요구가 오면 고민해보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스스로 ‘나의 역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미 다 공개됐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지난해 2월 초 사업 제안 전화를 받았다’거나 ‘경기도 발전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였다’거나 ‘주변 토지 규제 완화라는 반대급부까지 얻어냈다’는 얘기가 대부분 공개됐다. ‘그가 했던’ 일은 새롭게 공개될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특위는 박 전 부지사 출석에 매달린다. ‘그가 했던’ 일을 묻겠다는 게 아니다. ‘그가 봤던’ 일을 묻겠다는 것이다. ‘사업 특혜와 남 지사 역할’ ‘안종범 수석과 남 지사 관계’를 묻겠다는 것이다. ‘남 지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말해보라’는 청문(聽聞)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빤히 읽고 있을 박 전 부지사다. 출석 요구에 응할 리 없다. 15일 통화에서도 “(남 지사는) 내가 부지사로 있으면서 모셨던 분 아닌가”라며 고민을 얘기했다. ▶시간 낭비다. K컬처밸리 사업의 논쟁 상대는 특위와 남 지사다. 특위는 전직 부지사를 통해 남 지사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버려야 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남 지사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 남 지사는 시간과 망각의 커튼 뒤에서 침묵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 억울한 게 있으면 직접 특위에 해명해야 한다. 양쪽 모두 괜스레 빙빙 돌고 있다. 피해자는 경기도민이고 속 타는 건 고양시민이다. 흔들리는 조(兆) 단위 사업을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국민이 궁금해한다. 2년 반 동안 계속된 침묵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안타까운 상황까지 왔다. 일찍 고백했더라면 지금의 ‘참담한 추측’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고백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이해 못 할 침묵이 만든 감당 못할 상황이다. 보름 여를 끌고 있는 K컬처밸리 논란이 그렇게 가고 있다. 도대체 K컬처밸리에 무슨 곡절이 있는 건가. 공개되면 남 지사가 큰일 날 뭔가가 있기는 한 건가.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